당분간 하락 지속 예고…엔低 겹쳐 기업들 울상
정부 “단계적 대응 착수” 새해 벽두부터 환율이 추락 행진을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방어선을 뚫고 달러당 1070원선 아래로 수직 하강했다. 새해 환율은 주요 선진국의 ‘돈풀기’ 여파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우리 경제의 최대 복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새해 첫 개장일인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7.1원 내린 1063.5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1070원선 아래로 내려가기는 2011년 9월5일(1068.8원)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 하락은 미국 의회가 전날 재정절벽 협상에서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한 데 영향을 받았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이 여파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도 2년5개월 만에 달러당 87엔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연내 1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선진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돈풀기 경쟁에 돌입해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환율 하락에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날 공개된 작년 1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글로벌 자금의 과도한 국내 유입으로 원화 절상이 지속돼 국민경제 부담과 폐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원화 가치 상승은 수출기업에 충격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 위안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폭등함에 따라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중국 기업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환율 손익분기점은 각각 1090.4원, 1076.1원이다. 잇단 환율 급락으로 상당수 기업이 물건을 팔아도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했다는 뜻이다.
정부는 환율 급락에 따른 단계적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로서는 적극적이고 단계적인 대응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재정절벽 협상 타결 소식에 2000선을 돌파했다.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34.05포인트(1.71%) 오른 2031.10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3.55% 상승한 157만6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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