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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구 중 하나 1인가구… 해체 가속
홀로 사는 노인 20%…10년 새 2배 ↑
해마다 아이들 8000명 넘게 버려져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 넷 중 하나는 1인 가구다. 절반은 부부·부자·모자 형태로 이뤄진 2인 가구다.

‘둘이 벌지만 아이는 안 낳는다’는 딩크족을 넘어 아예 결혼을 안 하는 ‘비혼’ 경향도 뚜렷하다.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은 가족 없이 홀로 지내며, 고독사도 매년 늘고 있다.

가족 구성원의 ‘정서적 해체’도 심각하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할아버지·할머니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23.4%에 그친 반면에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볼 수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57.7%에 달했다. 가정해체가 불러온 우울한 단면이다.

가족 구성원의 정서적 해체는 가정폭력, 노인·아동학대, 이혼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 역시 막대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혼에 따른 위자료, 자녀 양육비, 별거 중인 자녀를 만나는 데 드는 비용 등이 연간 2조9940억원에 달한다. 가정 폭력 피해자 치료비로만 한 해 평균 6117억원이 들어간다.

◆가속화하는 가정붕괴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전체 1733만9000가구 가운데 1∼2인 가구가 48.2%에 이른다. 2인 가구가 420만5000가구(24.3%), 1인 가구가 414만2000가구(23.9%)이다. 1인 가구가 처음으로 4인 가구 비율(22.5%)을 뛰어넘었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는 2025년 31.3%, 2035년에는 34.3%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최근 10년간 1인 가구가 191만7000가구 늘었는데, 이 중 미혼 상태의 1인 가구가 88만6000가구로 증가분의 46.2%를 차지한다. 미혼 남녀가 결혼을 기피한다는 의미다.

이혼율도 여전히 높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이혼율은 소폭 감소했지만 50대 이상 황혼이혼은 7년째 증가했다. 전체 이혼율이 줄어든 것도 경제불황에 따른 ‘이혼 유보’가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노인 5명 중 1명은 돌보는 가족 없이 홀로 노년을 보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홀로 사는 노인은 112만4000명에 달한다. 2000년 54만4000명보다 2배 넘게 늘어났다. 2030년에는 282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전망한다.

홀로 사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자식들과 떨어져 36년을 홀로 살아온 70대 할머니가 생활고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가정’이라는 생활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어린이들도 고통받고 있다. 한 해 8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버려지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1년 아동 학대 사건 6058건 중 부모 학대가 5039건(83.1%)이나 됐다.

◆가정을 사수하라… “사회분위기·정책 함께 가야”

가정붕괴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내포하고 있는 돌봄·보살핌의 기능을 상실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유아나 노인, 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살핌을 제공하는 1차 공동체 역할을 가정이 아닌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에 사는 25∼49세 여성 1인 가구 구성원 570명을 대상으로 ‘홀로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75%(중복응답 가능)로 가장 높았다.

1인 가구를 필두로 하는 가정해체는 피할 수 없는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새로운 가족 형태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사회제도는 전통적인 가구 형태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다양한 형태의 1∼2인 가구를 포괄하지 못한다. 주택, 사회보험, 세제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2월 ‘가구 유형 변화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청약가점제, 소득공제제도, 사회보험 수급자격 등 3∼4인 가구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책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선임연구원은 “현재는 모든 제도와 정책이 핵가족 중심으로 돼 있다. 가구 유형 간 형평성 측면에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가족 간 유대 및 관계 증진을 위한 사회문화 조성도 시급하다. 고령화로 노년기가 길어지고 있지만 자녀와 노부모의 동거 및 부양의식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 황혼이혼을 예방하기 위해 노년기 부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변화하는 가정의 형태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제도 개선과 구성원 간의 소통 강화 프로그램이 병행해야 한다”며 “건강한 가족 형태가 학교폭력, 가출, 치매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문준식·이우승·안용성·김수미·우상규·조현일·송승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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