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배우들 데리고 했는데 지금보다 더 많이 나와야죠.”
대중영화의 속성이 재미를 위한 극적 각색이라면 그가 인터뷰하는 방식은 정반대였다. 박 감독이 처음 대중의 관심을 끈 건 2010년이다.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지며 이 뛰어난 이야기꾼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가 감독을 꿈꾼 건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 고등학생 때부터다. 시나리오를 구하기 힘든 시절이라 영화를 보며 일일이 대사를 옮겨 적었다.
“중간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직접 고쳤어요. 그러면 결말도 달라지죠. 하루의 주된 일과가 영화였어요. 첫 장편 시나리오는 고교 2학년 때 완성했어요. 영화로 만들 생각 없느냐고요? 안 돼요. 지금 보면 ‘황’이에요.”
대학생이 된 그는 군대에 가서 5년을 보냈다. 그는 “기왕에 할 거 제대로 하자는 주의라서 하사관에 지원했다”고 한다.
“하나에 매료되면 그쪽으로 파고드는 성격이에요. 다 파고 나면 ‘에이 귀찮아’하죠. 그래서 영화가 좋은 거 같아요. 파도 파도 끝이 없어요. 영화의 매력인데, 알면 알수록 어렵고 하면 할수록 아득해요.”
이런 자세 때문일까. 그는 제작비 19억원을 들인 데뷔작 ‘혈투’가 관객 4만3900명으로 실패했을 때도 “끝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고 한다.
“‘영화가 쉬운 게 아니구나,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 하고 많이 반성했어요. 작품 전체를 책임지는 것에 대해 쉽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때 깨진 게 다행이라고 봐요. 아니면 정신 못 차렸을 거예요.”
“속편 연출은 안 맡고 싶어요. 속편은 지금보다 스케일이 더 커지고 액션도 많을 거예요. 이걸 잘하는 분이 하면 (영화가) 더 잘 나오지 않을까 해요.”
휴먼드라마·첩보 액션물을 포함해 이미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써놓은 그는 “앞으로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다”며 “차기작이 뭐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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