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학술답사를 갔었다. A가 답사 첫날 영문도 모르고 집단폭행을 당했다. 다른 대학에서 편입을 온 이방인이라서 그랬을까. 왜 그렇게 당해야 했는지, 그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왜 빌미가 돼야 했는지, 여전히 답을 찾을 수가 없다. 가해자의 기억 속에서는 이미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일을 왜 피해자만 상기시켜야 하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전화가 울렸다. 제자가 세상을 등졌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 착한 녀석이 왜 그랬을까. 병원으로 달려갔다. 영정이 눈에 들어왔다. 비로소 실감이 났다. 순간 학교폭력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그렇게 힘들었으면 누구에게 말이라도 하지, 저항이라도 하지, 머릿속의 엉킨 실타래는 결국 학교폭력 문제였다. 모두 필자와 관련된 과거 이야기다.
매년 학교폭력이 반복되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통계에 의하면, 2010년 7823건(초 231건, 중 5376건, 고 2216건)이 발생했다. 가해학생 수는 1만9949명, 피해학생 수는 1만3748명이었다. 연도별 피해율은 2007년 16.2%, 2008년 10.5%, 2009년 9.4%, 2010년 11.8%다. 가해율은 2007년 15.1%, 2008년 8.5%, 2009년 12.4%, 2010년 11.4%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인 수치일 뿐 실제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반복적,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피해자가 당하는 고통의 정도도 심각하다. 2011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학교폭력 실태보고서에 의하면 피해자 중 60.8%가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 중 11.65%는 자살을 생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학교폭력에 노출된 학생은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물론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로 변하는 2차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18대 대선 공약에서도 교육공약의 핵심은 행복한 교육이었다. 다른 모든 교육관련 선거에서도 행복교육은 빠지지 않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학교폭력 해결문제는 공통으로 등장한다.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 없이 행복교육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바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재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흔히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란 식의 폭력에 대한 안이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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