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오류 알지만 빼지 못해” 결함 인정 통계는 정밀성과 신뢰성이 생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각종 국가통계에는 결함이 적잖다. 인구추계는 오류 논란 자체가 문제다. 논란이 계속되는 한 신뢰성 확보가 쉽지 않다. 실업률이나 물가지수는 국민 체감도와의 괴리가 문제다. 국제기준에 맞는 통계라지만 괴리감 탓에 통계 불신감을 키우는 지표가 된 지 오래다.
1970년대 통계는 인구추계 논란의 한 축이다. 당시 인구통계에는 오류가 많다. 예를 들어 74세의 연도별 사망률은 들쭉날쭉하다. 1973년에는 0.125%이더니 1974년에는 0.0047%로 뚝 떨어졌다가 1975년에 다시 0.118%로 뛰는 식이다. 1973년에 74세는 1000명 중 125명이 사망했는데 1974년에 74세는 1000명 중 단 5명이 숨졌다는 얘기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사망률이 한 해 간격으로 그렇게 차이 날 수는 없는 일”이라며 “1980년 이전 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1970년대 통계 오류는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행정시스템 자체가 불완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시 통계를 미래 사망률 추정 때 반영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당시 통계는 막 만들었고 사망률이 굉장히 높다”며 “미래 인구추계에 이런 통계를 포함하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논란에도 통계청은 인구추계에 당시 통계를 반영하고 있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통계는 시계열이 길수록 추정이 안정적”이라며 “열악한 시대였던 건 사실이지만 당시 통계를 모두 빼버리면 정보 손실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또 “오류 부분은 보정해서 쓰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몇 군데 고쳐서 쓸 수 있는 통계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믿을 수 없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최모(27)씨는 졸업 전부터 여러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계속되는 낙방에 지친 나머지 올 들어서는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씨는 이른바 ‘백수’다. 그러나 그는 국가 공식통계에서 실업자가 아니다. 구직단념자인 탓에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공식 통계에선 ‘백수’라도 구직활동을 해야 실업자로 분류된다. 공식 통계수치가 국민 체감수치보다 늘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금 대한민국은 실업률 3∼4% 시대다. 이 정도면 ‘완전 고용’ 상태다. 하지만 한 집 건너 ‘백수’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은 딴판이다. 공식 실업률 기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정부의 고용통계는 매월 15일이 포함된 1주간(일∼토요일)을 조사기간으로 하는데 실업자의 경우 이 기간에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입사원서를 내는 등 구직활동을 했던 사람이 해당한다.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불완전취업자(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 중 새로운 취업희망자)나 구직활동 없이 학원 수강을 하는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등 ‘잠재 실업자’는 정부 공식 실업률에서 빠진다.
정부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지다 보니 민간연구기관에서는 잠재 실업자를 포함해 별도의 실업률을 내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작년 말 기준으로 공식 실업자는 82만명이지만 이들 외에 106만1000명이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포함하면 실업률은 5.8%로, 정부의 공식 실업률(3.2%)의 두 배에 육박한다.
◆서민 화나게 하는 소비자물가
소비자물가 역시 국민 체감도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2%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서민이 체감하는 수준에서 한참 떨어지는 수치다.
소비자물가는 통계청 조사담당 직원들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37개 도시의 백화점, 대형마트, 소매점포, 전통시장 등을 매달 지정된 날짜에 방문해 판매가격을 조사해 이뤄진다. 대상 품목은 가계소비지출에서 1000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상품 및 서비스 481개 품목이다. 이 조사를 기초로 월평균 소비지출액에서 각 품목의 소비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가중치를 적용해 전 도시 평균물가지수를 산출한다.
문제는 이 가중치에 있다. 구매 빈도나 가구별 소득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식품 분야는 가격 민감도가 높음에도 가중치가 낮아 전체 물가에 반영되는 비중은 작다. 예컨대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물가의 가중치는 41.7로 공업제품(317.7)이나 서비스(556.4)보다 가중치가 낮다.
소득별로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품목별 비중이 다른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은 것 역시 체감도를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학계에서는 일본처럼 소득분위별 물가지수 산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기획재정부, 통계청 등 물가당국은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물가지수 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류순열 선임기자·이귀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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