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출루율 ML 1위 질주
출루·공격첨병 역할 척척 ‘폭주 기관차’ 추신수(31·신시내티 레즈)가 ‘거포 톱타자’라는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톱타자에게 요구되는 출루 능력과 빠른 발에다 심심찮게 홈런을 쏘아올리는 장타력까지 갖춘 만능형 타자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추신수는 16일(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솔로 홈런 2개를 포함해 5타수 4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지난 8일 애틀랜타전에서 끝내기 홈런 등 2방의 대포를 쏘아올린 이후 8일 만에 나온 시즌 두 번째이자 통산 9번째 멀티 홈런(한 경기 2개 이상).
올 시즌 추신수의 활약은 말 그대로 폭주 기관차를 연상시킨다. 애초 신시내티가 추신수를 영입한 이유는 출루율이 높은 톱타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시내티의 톱타자 출루율은 0.254에 불과했다. 추신수는 현재 출루율 메이저리그 1위(0.465)를 달리며 이 같은 기대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다. 몸맞는 공 1위(12개), 볼넷 4위(27개), 안타 공동 20위(47개), 득점 공동 1위(33개)다. 일반적으로 톱타자에게 기대하는 모든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면 좋은 톱타자 정도다. 추신수가 주목받는 것은 플러스 알파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톱타자에게 요구하지 않는 장타력을 갖추고 있다. 추신수는 홈런 9개로 팀 내 선두다. 장타율도 1위(0.589)다. 팀의 간판 거포가 거둔 성적이라고 봐도 될 만한 기록이다. 비록 타점은 팀 내 공동 4위(19개)에 그치고 있지만 이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많이 들어섰기 때문일 뿐이다. 실제로 그가 터뜨린 홈런 9개 모두가 1점짜리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톱타자는 대부분 단타나 볼넷으로 출루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출루 후에는 과감한 도루로 끊임없이 득점 기회를 만드는 능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역대 최고의 톱타자로 꼽히는 리키 헨더슨은 25년 동안 통산 타율 0.279, 출루율 0.401을 기록했다. 그는 오클랜드에서 뛰던 1982년 도루 130개를 기록하는 등 한 시즌 100도루 이상을 세 차례나 달성한 ‘대도’로 이름을 날렸다. 케니 로프턴(17시즌 2428안타 622도루)이나 루 브록(19시즌 3023안타 938도루) 등도 정교한 타격과 기동력이 장점이었다.
현역 선수 중에는 일본인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1년부터 10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때려냈으며, 2001년 56개의 도루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까지 연평균 37.6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하지만 홈런은 연평균 8.7개에 그쳤다.
추신수는 톱타자의 최고 덕목인 출루와 도루 능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여기에 공격 첨병의 궁극적 목적인 득점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길, 즉 홈런 생산 능력도 있다. 추신수가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어갈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 사상 최강의 톱타자로 등극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우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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