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각료 위축” 자민당 비판도 “일본군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망언을 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공동대표가 이번에는 “한국군도 베트남전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한국까지 끌어들여 위안부 발언을 ‘물타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시모토 대표는 20일 밤 오사카에서 열린 유신회의 행사 인사말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도 나빴다. 전쟁터의 성문제로 여성을 이용한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미국, 영국, 프랑스, 더 말하자면 2차 세계대전 후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든 모두가 전쟁터의 성문제 해결책으로 여성을 이용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1일 보도했다.
하시모토 대표는 21일에는 오사카시청에서 “아베 정권에 들어가 ‘보수’라고 스스로 말해온 각료들도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됐다”며 “보수파인 것처럼 위세 좋게 얘기해온 정치인들도 모두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지통신은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는 자민당을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시모토 대표는 또 내달로 예정된 미국 방문과 관련해 “(면회) 약속이 잡히지 않더라도 가겠다. 나에 대해 불평하고 싶은 사람도 나오지 않겠느냐”며 미국에서도 문제제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미 정부 당국자가 “그가 6월 방미하더라도 만나기를 원할 사람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비난한 것에 대한 응수인 셈이다.
하시모토 시장은 전날 출근길에서도 주일 미군에 ‘풍속업’(매춘을 포함한 향락업) 활용을 권장한 데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미군의 성폭력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며 “대통령까지 거론하는 것을 일본에서 문제시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평화헌법을 부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헌법조사회 강연에서 “지금의 일본 헌법은 패전 직후 점령시대에 일본의 힘을 꺾기 위해 점령군이 강요한 헌법”이라며 “헌법이 제정된 당시의 경위를 의원들은 더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평화주의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일본 헌법 전문(서문)에 대해서도 “일본어로서는 이상하다”고 혹평했다.
한편 아시아여성자료센터와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전국행동 등 일본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은 22일 오후 일본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하시모토 대표의 망언을 규탄하는 긴급 집회를 열기로 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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