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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교육, 장애인들이 나섰다

입력 : 2013-05-25 06:03:22 수정 : 2013-05-25 0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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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강사 교육 받은 장애인들, 시민 상대 강의
말 어눌하고 알아듣기 힘들어도 교육생들 호응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말만 다를 뿐 똑같은 사람입니다. 장애보다는 인권에 관심 가지고 봐주세요.”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장애인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단순히 장애인을 ‘복지 수혜의 대상’이 아닌 ‘똑같은 인간’으로 보게 해 달라는 노력이다. 전문적인 인권교육을 받은 장애인들은 직접 자신들의 인권문제 등을 가르치고 있다.

24일 장애인단체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 등이 장애인들을 인권강사로 양성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장애물 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는 지난해부터 서울 양천구 장애체험관과 함께 ‘장애인 인권강사 양성 아카데미’를 진행 중이다.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장애체험관에서 열린 사회복무요원을 대상으로 한 ‘언어장애에 대한 이해’ 강의에서 이진영씨가 활동보조인과 함께 받아쓰기 문장을 불러주고 있다.
지난해 1기생 11명이 수료했고, 이 가운데 5명이 현재 강의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 콜택시 운전기사, 사회복무요원, 버스운전기사 등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지난 3월부터 시작한 2기생 교육에는 장애인 14명, 비장애인 4명이 참여하고 있다.

1기생인 이진영(42)씨는 벌써 80∼90회에 걸쳐 강의를 했다. 지체장애와 언어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는 이씨는 언어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강의를 주로 한다. 한 번에 30분 정도 강의를 하고 나면 체력 소모가 크지만 이씨는 강의하는 것이 즐겁다.

그는 “언어장애가 있기 때문에 강의 도중 (교육생이) 말을 못 알아듣는 경우 상처를 받기도 한다”면서도 “언어장애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강의하고 있고, 내 강의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받아쓰기’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23일 장애체험관에서 사회복무요원(구 공익근무요원) 34명을 대상으로 한 강의도 받아쓰기로 시작됐다.

“지… 금부터 제가 불러… 드리는 거 받아 적어 주세… 요.” 이씨가 어눌하게 말을 이어가자 교육생들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해 쩔쩔맸다. 이씨가 말한 15개의 문장은 ‘부산으로 가는 KTX 예매해주세요’처럼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이었다. 교육생들은 이씨의 목소리를 숨죽이며 들었지만 1등이 6문제를 맞힐 정도로 쉽지 않았다.

이씨는 “장애인도 다른 사람이랑 똑같이 기차도 타고 은행도 가고 영화도 본다. 장애인은 단지 몸이 불편할 뿐 여러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강의 마지막에 언어장애인에 대한 예절도 소개했다. ▲상대방 말 잘 경청하기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 알아들은 척하지 말고 물어보기 ▲언어장애를 지적장애로 오해하지 않기 등이다.

강의를 들은 교육생들은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이효균(25)씨는 “언어장애인은 생각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며 “말하는 것이 조금 불편할 뿐 생각은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오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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