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타워] 원전 마피아 ‘검은 공생’ 뿌리 뽑아야

관련이슈 세계타워-채희창

입력 : 2013-06-04 22:45:28 수정 : 2014-03-05 16:37:39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일벌백계 없이 사건 봉합만 급급
부패고리 끊고 시스템 전면 점검을
원자력발전소(원전)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두더지잡기 게임’처럼 하나를 구멍으로 때려넣으면 다른 게 불쑥 튀어나온다. 정전사고 은폐, 납품 비리, 부품 및 품질보증서 위조 등 도대체 ‘비리 시리즈’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검찰이 원전 비리 ‘맞춤형 수사팀’을 가동했겠는가. 썩어도 너무 썩었고 ‘복마전’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채희창 산업부장
매번 전력 당국이 사고를 치고, 국민과 기업들이 책임지는 어이없는 행태도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두려워 석고대죄라는 예의도 갖추지 않은 채 국민을 ‘더위와의 전쟁’ 속으로 내몰고 있다. 절전을 명분으로 ‘애꿎은’ 기업들을 불러모아 손목을 비틀고 있다. 정작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그동안 하던 것을 조금 강화하는 수준이다. 중장기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만 쳐다보는 ‘전력 천수답(天水畓)’ 처지다.

원전 3기를 멈추게 만든 불량 제어 케이블 사건은 외국 시험기관이 불합격 판정을 한 시험성적서를 변조해 납품한 범죄다. 그것도 부품 안정성을 판정하는 검증기관이 시험성적서의 그래프를 변조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드러난 가짜 부품 비리와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이런 비리가 터지는 가장 큰 원인은 ‘원전 마피아’ 탓이다. 이들은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점을 악용해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을 구축했다. 원전 정책에서 발전소 건설, 운영, 감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움켜쥐고 있다. 감사원이 매년 감사를 하지만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비리 적발에 한계가 있다. ‘그들만의 리그’는 선수도 하고 심판도 하는 어이없는 구조다. 내부고발이 없으면 해당 원전 책임자는 물론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가 까막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원전은 1기당 건설비용이 2조∼3조원, 부품만 300만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설비 교체와 정비에도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소요된다. 막대한 이권이 걸린 탓에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과 원전 설계와 부품 관리업체인 한국전력기술 퇴직자들이 납품업체를 차리거나 협력업체에 재취업하고 있다. 부품 검증과 납품 과정에 선후배들이 얽혀 있는 탓에 비리가 속출하는 것이다.

국민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고도 한수원과 산업부 차원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지난해 7월 한수원 사장은 납품 비리와 관련, 국민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빌었다.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환골탈태하겠다고 했다. 당시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도 책임을 묻고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큰소리쳤는데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 일벌백계를 하지 않고 사건 봉합에만 급급한 탓이다. 고리원전 인근 주민들은 한수원과 원안위 수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시위 중이다.

해법은 뭘까. 먼저 모든 원전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검증기관이 서류를 조작해도 속수무책인 안전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검찰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게 ‘빙산의 일각’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원전 비리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사안이니만큼 국정조사도 할 가치가 있다.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원전 마피아의 부패 고리를 끊는 일도 시급하다. 개방형 전문가 채용을 늘리고, 해외 원전 전문가를 영입하는 극약처방도 쓸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 등 감시시스템을 강화해 납품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모든 기자재의 입출입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도입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번 부품사기 사건을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개인의 사욕과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이고 원전 비리의 사슬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유례없이 강력한 표현은 그만큼 국민들의 분노가 크다는 방증이다. 박근혜 정부는 원전 수출 등 외형 확대에 주력하느라 정작 원전 안전은 등한시했던 이명박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숨어 있는 두더지를 제대로 잡으려면 더욱 그렇다. 전력뿐 아니라 국민들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다. 정말 걱정이다.

채희창 산업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지연 '청순 볼하트'
  • 김지연 '청순 볼하트'
  • 공효진 '봄 여신'
  • 나연 '사랑스러운 꽃받침'
  • 있지 리아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