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상 길가엔 조기 게양 안해
현충원 등 추모행사장만 허용 직장인 김모(29·여)씨는 5일 출근길에 고개를 갸웃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날인데 거리에 태극기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3·1절이나 광복절에는 며칠 전부터 시내 곳곳에 태극기가 쫙 걸리지 않느냐”며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이유를 모르더라”고 말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을 기리는 현충일. 여느 국경일처럼 태극기를 높이 내걸고 순국선열을 기려야 할 것 같지만 정작 현충일에는 태극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일부 시민들은 왜 거리에 태극기를 달지 않느냐며 시청이나 구청에 항의전화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조기(弔旗)는 거리에 걸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이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내일이 현충일인데 길거리에 한반도기만 걸려 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이를 본 네티즌은 “구청에 신고해라”,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해당 글은 트위터를 통해 리트윗(재전송)되기도 했다.
언뜻 네티즌의 주장이 타당해 보이지만 조기는 ‘가로(街路)기’(길가에 거는 국기)로 걸지 않는 것이 맞다.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국무총리훈령 제538호) 제7조 2항은 ‘가로기와 차량기는 원칙적으로 국경일 등에 게양하고 조기 게양일에는 게양하지 않는다. 다만, 국립현충원 등 추모행사장 주변 도로나 추모행사용 차량에는 조기를 게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가로기는 보통 경축행사를 기념하는 용도로 걸기 때문에 (경축과는 거리가 있는) 현충일 등 조기 게양일은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행부에 따르면 가로기가 게양되는 날은 같은 규정 제9조 1항에 따라 ▲국경일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국경일(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국군의 날 ▲그밖에 정부가 지정한 날 또는 기간 등이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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