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글로벌경제 현주소 재점검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이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이 대형 악재로 불거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대혼란을 겪고 있다. 국제금융가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미국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매달 850억달러를 시장에 푸는 양적완화 규모의 단계적인 감축을 예고했으나 시장과 투자자는 이를 미국 통화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임에 따라 연준은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0일 하루 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1조달러가 증발했다고 외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빈사상태에 빠진 미국경제를 살리려고 과거에 검증된 적이 없는 양적완화 정책을 대대적으로 동원했다. 시장은 이제 연준의 그 같은 처방약에 중독된 상태이며, 이제 그 약을 끊겠다는 얘기가 나오자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지적했다.
채권시장은 패닉상태에 있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수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 재무부 채권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10년 만기짜리가 지난 10년 사이에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버냉키의 출구전략 로드맵 제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으면서 버냉키가 ‘제대로 판단한 것이냐’라는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고 22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버냉키 의장이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연준 관리들이 미국 경제가 개선된다는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채권 매입 규모 축소 얘기를 꺼냈다”고 비판했다.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린 연준은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현주소를 재점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대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어 비상수단인 양적완화 정책을 거둬들일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실제로 출구전략을 거둬들이기 시작했을 때 미국과 글로벌 경제가 그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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