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평정심 유지도 ‘한 몫’ 박인비(25·KB금융그룹)를 살아있는 신화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으로 골프 상식을 뒤집는 파격적인 스윙 폼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꼽힌다.
박인비는 느린 백스윙으로 아이언을 수직으로 세웠다가 코킹(손목꺾기)을 거의 하지 않고 가볍게 휘두른다. 풀 스윙도 보통 골퍼의 4분의 3 정도에 불과하다. 백스윙은 가다 마는 듯한다. 임팩트 순간까지 공을 봐야 한다는 정석과 달리 다운스윙과 함께 시선은 바로 타깃을 바라본다. 그래서 박인비의 스윙은 역동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다는 평을 받는다. 교과서에 나오는 전통적인 스윙과도 거리가 멀다. 어느 땐 프로답지 않고 엉성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박인비의 스윙은 상당한 비거리와 방향성이 보장된다. 실수도 거의 없다. 박인비가 일정한 리듬과 템포를 지닌 독특한 자기만의 스윙법을 터득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킹을 하지 않으면 손목을 덜 쓰게 돼 샷의 방향이 일정해진다고 설명한다. 머리가 일찍 타깃을 향하면서 체중 이동이 자연스러워져 비거리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아이언샷 기록에서도 이런 특성이 잘 나타난다. 박인비의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55위(72%)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린 적중률(GIR)은 17위(72%)다. 여기에 정교한 ‘컴퓨터 퍼팅’이 더해진다. 박인비의 평균 퍼트 수는 2위(라운드 당 28.43개), 파 온했을 때 평균 퍼트 수는 1위(1.702)에 올라 있다.
박인비만의 스윙폼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 교정의 결과란 얘기다. 박인비는 ‘컴퓨터 퍼팅’ 능력을 지녔지만 샷이 늘 문제였다. 박인비는 지난해 약혼자인 남기협(32) 스윙 코치와 지금의 독특한 스윙법을 익혔다고 한다.
여기에 박인비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평정심 유지법까지 터득했다. 동반 플레이어를 의식하지 않는 고도의 집중력은 퍼팅 성공률을 높인다. 마인트 컨트롤 또한 고수의 반열에 올랐지만 지금도 경기 전 스포츠심리 전문가에게 멘털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벌써 5년째다.
자신감도 박인비의 승부사 기질을 키우는 요소다.
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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