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양페이는 아내와 이혼하고 아버지마저 불치병에 걸려 자신을 떠난 후 홀로 살다가 식당 폭발사고로 창졸간에 죽음을 맞은 사내다. 그가 스스로 ‘상장(喪章)’을 달고 자신을 소각하러 화장장인 ‘빈의관(殯儀館)’에 갔다가 7일 동안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떠도는 이야기가 축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의 해일에 휩쓸린 현대 중국사회의 부조리와 슬픔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드러낸다.
양페이 본인부터 태어난 과정과 성장기가 남다르다. 어머니가 기차를 타고 가다가 변소에서 힘을 주었을 때 구멍 뚫린 변기를 통해 탯줄과 함께 선로로 떨어진 아이였다. 그 아이를 젊은 선로 전환공이 수습해 총각의 몸으로 살뜰하게 키워냈다. 그 양아버지는 장가를 가기 위해 양페이를 고아원 앞까지 내다 버렸지만 하루 만에 울면서 데리고 온 뒤 파혼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헌신적인 인물이다.
중국 작가 위화. 그는 급변하는 중국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신랄한 풍자와 해학으로 묘파하는 소설을 써왔다. |
양페이의 아내 리칭은 미모가 출중한 여인이었는데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선언하고 유능하고 부유한 남자에게 갔다. 양페이는 울면서 짐을 꾸려 보내주었다. 그 아내 리칭도 결국 욕조에서 팔목을 그어 자살한 뒤 망자가 되어 해후한다. 고위공무원의 정부로 살다가 부패 혐의에 연루돼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돈 때문에 사랑을 버렸지만 그 돈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다. 뒤늦게 죽은 자의 세상에서 순정한 첫 남편을 만난 그네는 흐느끼며 용서를 구한다.
죽은 뒤 배회하는 곳은 ‘중음(中陰)’의 공간이다. 사람이 죽은 뒤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의 상태를 이르는 불교용어인데, 위화는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가기 전까지의 상태로 상정했다. 이 소설에서는 가난하거나 외톨이여서 유택을 확보하지 못한 불쌍한 망자들이 ‘중음신(中陰身)’으로 떠돈다.
화장장에서마저 망자들은 빈부와 권력 유무에 따라 극심한 차별을 받는다. 생전의 부자와 권력자들은 소파에 앉아 자신의 화장을 기다리고, 일반인들은 플라스틱 의자로 내몰린다. 호화스러운 수의를 입은 자와 고급 유골단지를 확보한 망자들이 화장장에서 이를 뻐긴다. 죽은 뒤조차 부와 권력이 유효하다는 직설이 아니라 현대 중국 사회에 만연한 속물근성을 풍자하는 과정일 테다.
죽음에 이른 이들의 사연은 기가 막힌다. 철거지역 아파트에 살던 부부는 야근하고 돌아와 어린 딸 샤오민을 깨워 학교에 보낸 뒤 잠들었다가 아침부터 시작된 철거작업 때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시멘트 더미에 깔려 죽는다. 딸은 학교에서 돌아와 그 시멘트 더미 위에 앉아 하염없이 부모를 기다린다. 중음에서 만난 그 부부, 양페이에게 딸의 안부를 듣고는 마르지 않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다. 위화는 “울음소리가 조수(潮水)처럼 밀려왔다”고 썼다.
위화는 국내에 ‘허삼관 매혈기’로 잘 알려진 작가다. 이 작품은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화배우 하정우가 연출하는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어처구니없는 부조리를 해학과 풍자로 드러내는 위화의 솜씨는 익히 알려진 터다. 이번에 새로 추가한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대로 판타지 기법을 도입한 측면이 눈에 띄지만, 문학적인 완성도보다 현대 중국사회의 만화경을 위화 스타일로 소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죽어도 제대로 죽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은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하는 자들의 땅’에서 오늘도 부유하고 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