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통진당이 그동안 지난 5월 RO 모임의 녹취록을 전면 부정했던 것과는 달리 녹취록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거액의 매수설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문제의 당원이 발언 내용을 감청해 국정원에 제공했다는 녹취록의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진당의 반격은 국정원 수사를 프락치공작으로 규정, 녹취록 자체를 불법으로 몰아 법정에 증거자료로 인정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통진당은 경기도 수원에서 활동해 온 A(46)씨를 내부 협조자로 파악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민노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한 그는 수원시친환경급식센터장을 맡아왔다가 국정원의 공개수사 직후 집과 가게를 정리하고 모습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측은 “매수설은 대꾸할 가치가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통진당이 의혹이 제기되면 덮어놓고 부인하다 뒤늦게 말을 바꾸는 오락가락 해명을 되풀이하면서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RO의 5·12 모임이다. 애초 통진당은 이 회합 자체를 부인했다. 일단 아니라고 일축하는 식이었다. 녹취록 공개 전날인 29일 이석기 의원은 자신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와 5·12 회합 등에 대해 “상상 속의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이튿날 새벽에도 김재연 의원은 “모임 자체가 없었고 간 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3시간 뒤 홍성규 대변인은 “경기도당 당원모임”이라고 회합 사실을 시인했다.
김재연 의원도 이날 한 매체에 출연해 5월 모임 참석을 뒤늦게 실토했다. 그는 해당 모임을 언급하며 “제가 참여했던 행사는 5월경에 있었던 당시에 전쟁위기와 관련한 상황이 있었을 때에 정세에 강연자리가 있었던, 당원들이 모여서 그와 관련한 소감 나누었던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5월12일에 있었던 강연 모임에는 간 적은 있지만 RO 지하조직 모임에는 간 적이 없다고 알아들으면 되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지하조직 모임이 아닌 강연 자리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문제가 됐던 지난 5월 모임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33세에 불과한 초선의 젊은 정치인이 벌써부터 말바꾸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상규 의원 긴급회견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RO’ 모임 녹취록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통진당 당원 매수설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면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통진당은 녹취록 공개후 이 의원을 당원 모임의 강연자로 교통정리를 했고 이 의원이 ‘총기’, ‘기간시설물 파괴’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란음모 혐의는 날조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모임 참석자들도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이 내란혐의와 직결된 발언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해 무관함을 강변했다. 하지만 모임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강연의 핵심이 아니다”고 피해나갔다.
김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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