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 빚→연 6.5%로 낮춰져, 연체 땐 대상 제외 등 기준 엄격
지난 1년간 목표액의 31% 그쳐… 조건 완화에도 실적 늘지는 의문 대학생 A(26)씨는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 중인데 하루하루 생활은 늘 빠듯하다. 등록금과 생활비 명목으로 저축은행 두 곳에서 빌렸던 900여만원의 대출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30%에 가까운 살인적인 이자를 갚는 데 허덕이던 A씨는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청년·대학생 고금리 전환 대출’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반가운 마음에 관련기관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신청을 포기해야 했다. ‘전환 대출을 받으려면 연체 기록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금리 대출에 힘들어하는 청년층을 위해 1년여 전부터 청년·대학생 고금리 전환 대출을 시행하고 있지만 시작 당시 기대와는 달리 실적이 저조하다.
청년·대학생 전환 대출은 금융기관에서 연 20% 이상의 고금리 빚을 진 대학생(만 29세 이하 청년 포함)에게 최대 1000만원에 한해 금리를 연 6.5% 수준 이하로 낮춰주는 제도다. 은행연합회 소속 17개 은행이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 미소금융중앙재단에 기부했으며 신용회복위원회는 이 기금을 지원받아 보증서를 발급한다.
제도 시행 이후 조건이 까다로워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학자금 용도로 제한했던 대출 대상에 생계자금(하숙비·학원비·실습비)을 포함하고, 29세로 규정했던 대학생 및 대학원생의 나이 제한을 없애는 등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어 지난 7월15일부터는 ‘2012년 6월18일 이전에 받은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 조건도 ‘신청일 기준 6개월 이전에 받은 연 20% 이상 고금리 채무’로 확대하고, ‘청년층 학점은행제 학습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 완화에도 실제 실적이 늘어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많은 이들이 전환 대출 상담을 받고도 정작 신청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신청일 기준 6개월 이내에 90일 이상의 연체 기록이 없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이들은 대부분 연체 기록이 있어 시중은행에서 밀려나 대부업체 등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체 제한 조건은 사실상 전환 대출 신청을 가로막는 비현실적인 장벽이란 지적이다.
금융위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연체 조건을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조건이 있는 한 앞으로도 전환 대출 신청 실적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실적인 조건 완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