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이 화제다. 공개된 게시물에는 3m짜리 청진기 사진이 포함되어 있는데 함께 적힌 글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끈다.
“<공구> 한국형 청진기 공구 들어갑니다. 사용방법은 아실 겁니다. 의사는 3m 떨어져 있고 여환자 분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청진기를 직접 본인의 몸에 대시면 됩니다. 아청법 아시죠? 청진 시에 여자 환자분이 성적수치심을 느꼈다고 고발한 경우 성추행으로 인정되어 벌금 수십만원 내고 나면 10년간 취업, 개설이 불가능합니다”
이는 ‘의료인’을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추가한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8월 시행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전의총이 우회적 비판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의사나 간호사는 10년 동안 의료 분야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전의총 등이 제기하는 아청법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성인 대상의 가벼운 성추행까지 10년 취업·개설 제한의 근거로 삼는 것’이며, 둘째는 ‘법을 적용한 시점’이다. 아청법 적용 기준이 형 확정 판결일로 규정되면서 개정안 시행 이전의 의료인 성범죄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인들의 반응에 일부 시민단체 등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논의하기 부끄러운 주장”이라며 “성인대상 성범죄자가 아동이나 청소년 대상 범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아청법에 성인대상 성범죄자를 포함한 것은 문제없으며 벌금 300만원형도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법률 전문가는 “취업제한 규정인 아청법 제56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의 경우 모든 의료인을 포괄적으로 대상으로 삼는다”며 “이는 아청법 취지에 맞지 않고 헌법상의 ‘기본권 제한의 최소침해’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전의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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