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만성 성장침체 경고 한국 경제는 역설적이게도 지금 ‘호시절’이다. 사상최대 외환보유액, 지속적 경상수지 흑자 등 양호한 펀더멘털(기초체력)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민간 경제는 싸늘하다. 좋은 지표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가계 부문이 소외되는 흐름이 지속되는 탓이다. 가계는 1000조원 빚더미에 짓눌린 터에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도 부채는 성장률을 뛰어넘어 급증하면서 가계가 위기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내수의 중심인 가계의 위축은 경기회복의 한계를 예고하는 것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3%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 2.4%에서 4분기 1.5%, 올 1분기 1.5%로 떨어졌다가 반등한 것이다. 그러나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작년 4분기 3.6%에서 올 1분기 0.3%로 급락했고 2분기에도 1.3%로 경제성장률의 반 토막 수준이다.
가계 소외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1∼2011년 연평균 가계 소득증가율은 8.5%로 국내총소득(GNI) 증가율 9.3%를 밑돌았다. 그 결과 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 61.5%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69.0%이며 미국(76.4%) 등 주요 선진국은 70%대이다.
소득이 제자리걸음이라면 부채는 뜀박질 중이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964조원에서 올 2분기 말 980조원으로 뛰었다. 1999∼2012년 가계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11.7%로 가계소득 증가율 5.7%의 두 배다. 한국 가계부채에 대해선 외국 경제석학들도 우려를 나타낸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한국의 가계부채가 누적될 경우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처럼 만성 성장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