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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여론에 '불시착'… 차기전투기 전력화 1∼2년 지연 우려

입력 : 2013-09-24 20:19:21 수정 : 2013-09-25 14: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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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공군참모총장 건의문 이어 국방정책자문위원 ‘입김’ 결정적
국방부·방사청 사업주도권 갈등, 공군 전력 공백 최소화 방안 시급
한국 공군의 차기전투기(F-X) 도입사업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F-X 대상 기종으로 가격입찰의 관문을 통과하고 기종 결정 목전까지 갔던 미 보잉사의 F-15SE가 24일 방추위에서 전격 부결된 것이다. 여론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세계 굴지의 방위산업체인 보잉의 상황판단 능력이 부실했던 것도 이유로 꼽힌다. 앞으로 정부가 이 사업의 일부 내용을 수정해 재추진할지, 전면 재검토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사업을 원점에서 재추진하는 데 따른 공군의 전력공백은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 공감 못 하는 무기도입은 안 돼

이번 방추위의 부결 결정은 F-15SE가 시제기 한 대 없이 F-X에 참여한 데다 1960년대 후반 개발된 구식 기종이라는 평가와 비판여론이 결국 ‘원칙대로’를 강조해온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과거 군전력증강사업인 ‘율곡사업’과 F-X 1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됐던 여론이 군의 무기도입사업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특히 추석 연휴 직전 박근혜 대통령의 국방정책자문위원들이 박 대통령에게 “F-15SE는 안 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반응이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달 말 역대 공군참모총장들이 청와대에 건의문을 보낼 때만 해도 분위기는 F-15SE를 선정하는 쪽에 힘이 실려 있었다”면서 “부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현역 국방자문위원들의 입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앞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이용걸 방사청장은 지난 13일 박 대통령에게 F-X 단독후보로 F-15SE를 방추위에 상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때만 해도 박 대통령은 미래 공군전력과 국익을 판단해서 결정하라는 원론적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정책자문단의 ‘F-15SE 불가 입장’ 전달이 부결 결정을 이끌어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잉사의 미숙함도 이번 부결 결정의 원인으로 보인다.

가격입찰에서 예산범위인 8조3000억원 이내 가격을 써내 단독후보로 나섰지만 보잉사는 이후 쏟아지는 비난여론에 속수무책이었다. 업체 입장에서 위기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고 이런 동향은 그대로 청와대로 보고됐다. 정부 소식통은 “가격입찰 이후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보잉사가 과연 세계 굴지의 방위산업체인지 의심할 정도였다”면서 “더구나 방추위 결정을 사흘 앞둔 지난 21일 일부 일간지에 실은 광고 내용은 국내 중소기업 수준보다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잉은 2000년대 이후 국내 대형무기도입사업을 사실상 독식해왔다. 이에 대한 거부감도 걸림돌이었다.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맨 오른쪽) 주재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개최된 가운데 위원들이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과 관련, 방위사업청이 상정한 ‘F-15SE(사일런트이글) 차기전투기 기종 선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와 방사청 갈등도 드러나… F-X 향후 진로는

24일 방추위에서 국방부는 부결 입장을 미리 정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에 당황한 방사청이 부결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시해 발표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실제로 오후 4시로 예정됐던 관련 브리핑은 오후 4시30분에야 시작됐다. 방추위에서 ‘키맨’이었던 김관진 국방장관은 별말 없이 양측 입장을 듣는 자세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방추위 위원들까지 대거 부결에 가세하자 방사청은 ‘규정대로’의 당초 입장을 번복하고 부결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은 향후 사업 재추진이 국방부 주도로 이뤄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날 브리핑에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전력자원실장을 태스크포스(TF)장으로, 합참과 공군, 방사청 등 관련기관 등과 협의해 최단기간 내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는 향후 사업 재추진 기조가 록히드마틴의 F-35A를 염두에 둔 스텔스기 도입 사업으로 흘러갈지 여부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말처럼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일단 F-35A의 가격이 관건이다. 게다가 개발 지연이라는 변수까지 감안하면 향후 사업 구도가 F-35A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 내부에서는 총사업비(8조3000억원) 규모를 늘려 스텔스기인 F-35A를 분할 구매하거나 F-35A 2개 대대 분량(40대 안팎)과 F-15SE, 유로파이터를 혼합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 대변인도 “사업 재추진 방법은 분할 구매, 믹스(혼합) 구매 등 다양한 방법이 검토될 것”이라며 “믹스 구매의 경우 1개 사가 아니라 복수의 업체가 선정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업 재추진에 따른 전력공백과 관련, 방사청 관계자는 “사업재검토 시 일정을 대폭 축소한다면 공군이 우려할 만한 전력공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비 엇갈린 보잉과 록히드마틴·EADS

보잉은 방추위의 F-15SE 부결 결정과 관련,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보잉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보잉은 그동안 방사청에서 정한 모든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해 왔다”며 “현재 선택 가능한 사항에 대해 검토 중이며 방사청으로부터 이번 결정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을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기의 기회를 잡은 록히드마틴(F-35A)과 EADS(유로파이터)는 방추위의 결정을 반색하며 반겼다.

록히드마틴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차기전투기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한 만큼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제안한 F-35A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방사청이 입찰공고를 하면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ADS 측도 “유로파이터 트랜치3는 한국 공군의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기종”이라며 “한국형 전투기 사업에 2조원의 현금을 투자하기로 약속한 만큼 유로파이터를 선택하면 전력 공백 해소와 우주항공산업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선영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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