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수급 등 한계 인정… 사실상 명맥 유지 어려워
제4이통사 선정작업 탄력 정부가 토종 통신기술인 와이브로(Wibro·Wireless Broadband Internet)를 사실상 포기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3일 와이브로 용도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2.5㎓ 대역에서 시분할 방식 롱텀에볼루션(LTE TDD)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와이브로 정책을 확정했다. 2.5㎓ 대역을 사용하는 새로운 LTE 서비스 사업자의 등장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개 사업자가 주도하는 국내 통신시장의 구조가 깨질지 주목된다.
◆와이브로, LTE에 밀려 설 자리 좁아져
정부는 2.5㎓ 대역 주파수에서 LTE TDD를 허용하되 현재 2.3㎓대역의 와이브로 서비스는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서비스를 제공 중인 SK텔레콤과 KT가 주파수 일부 회수를 요청하는 경우 가입자에 대한 이용자 보호 대책을 마련한다는 전제로 이를 수용할 계획이다. 회수한 주파수는 재입찰을 통해 LTE TDD용 주파수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LTE TDD는 중국이 주도하는 LTE 기술로 국내 이동통신 3사는 현재 주파수분할방식 롱텀에볼루션(LTE FDD)을 사용 중이다. FDD 방식은 업로드·다운로드 주파수가 따로 분리돼 있지만 TDD는 같은 대역의 주파수를 업로드와 다운로드에 동시 사용하며, 와이브로에서의 기술 전환이 용이하다. 정부가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차세대 통신시장에서 와이브로가 LTE 기술에 밀려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동시에 2.3㎓·2.5㎓ 대역에서 LTE TDD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이통사들이 LTE를 차세대 통신방식으로 채택하고 있고, 와이브로를 이용 중인 통신사들도 LTE TDD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제4 이통 출범 탄력 받을 듯
정부는 와이브로를 당장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토종 기술인 와이브로의 명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해외는 물론 와이브로 기술 탄생의 주역인 삼성전자와 국내 이통사들도 LTE TDD에 관심이 쏠려 있다. 최병택 미래부 통신서비스기반팀장은 “와이브로는 국내 이동통신기술 최초로 국제표준에 채택됐으며 LTE 발전에 가교 역할을 했으나, 단말기 수급 등의 문제로 대규모 확산이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며 와이브로의 한계를 인정했다.
정부는 새 이통 사업자가 와이브로와 LTE TDD 가운데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여지를 남겼으나 와이브로가 선택될 가능성은 낮다. 국내외 유수의 제조사들이 더 이상 와이브로용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 없고 향후 기술 진화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LTE TDD 허용으로 4년간 답보 상태인 제4이통사 선정 작업도 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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