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옷가게에는 곳곳에 설치된 CCTV가 손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계산대 왼쪽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7개의 CCTV 화면이 떠 있었다. 하지만 매장 어디에도 ‘CCTV 촬영 중’이라는 안내판은 없었다. 이 옷가게는 법으로 안내판을 설치토록 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직원 김모씨는 “매장 관리를 위해 CCTV를 설치했지만 안내판까지 설치하면 손님들이 감시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불쾌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이날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 일대 상점 20곳을 확인한 결과 CCTV 안내판이 없는 곳이 10곳에 달했다. 안내판을 설치한 10곳 중 3곳은 단순히 ‘CCTV 작동 중’ 혹은 ‘CCTV 촬영 중’이라는 사실만 알렸다. 안내판을 규정에 맞게 설치한 상점들도 손님 눈치를 보느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붙여놓은 경우가 많았다. 한 화장품 가게는 손바닥만 한 작은 안내판을 출입문 오른쪽 구석 상단에 붙여 놓았다.
안전행정부는 전국에 378만대(공공 46만대·민간 332만대)의 CCTV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7월 안행부가 CCTV 안내판 유무를 표본조사 한 결과 73%의 설치율을 보였다. 102만여대의 CCTV는 아무런 안내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단속실적은 미미하기만 하다. 지난 2년간 안내판 미부착에 대해 안행부는 고작 60여건의 시정조치 명령과 100여건의 개선권고를 하는 데 그쳤다.
전북대 설동훈 교수는 “CCTV로 타인의 사생활을 촬영한다면 그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오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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