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재는 문 총재 성화 후 아픔에 겨워할 겨를도 없었다. 문 총재의 유업을 잇기 위해 해야 할 과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국내에서 가정연합 체제를 안정적으로 정비하고 문 총재의 바통을 이어받아 일생 동안 공들여 온 세계순회 강연의 닻을 올린 것이다. 특히, 한 총재가 첫 해외 순방지를 일본으로 정한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가정연합은 세계 선교의 국가적 사명을 설명할 때 한국과 일본을 부부 관계로 규정한다. 한국이 아버지 나라이며, 일본은 어머니 나라다. 굳이 역사를 꺼내지 않아도 두 나라가 세계평화를 위해 손잡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14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가토킹덤삿포로 호텔에서 열린 ‘일본 선교 55주년 기념 홋카이도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 총재는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일본 국민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연합 제공 |
김영휘 전 가정연합 회장은 “한 총재는 신앙적으로 ‘세계의 어머니’ 입장”이라며 “일본 가정연합은 어머니 나라의 위상이 있는 만큼 이럴 때일수록 찾아가서 품어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가정연합은 현재 미국·브라질·우루과이 등 세계 각국에 폭넓은 인맥은 물론 건물과 부지 등 선교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맨해튼의 뉴요커 빌딩을 매입해 선교본부로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인 기반은 1960년대 이후 세계 선교의 큰 축을 담당했던 일본 신도들이 헌신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종교계의 평가다. 이는 그동안 일본 신도들에게 문 총재는 신앙의 구심점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총재의 이번 일본 주요 선교지역 순회는 문 총재 성화 후 큰 충격에 빠진 일본 신도들을 위로하기 위한 성격도 지닌다.
한 총재는 숱한 세월을 문 총재 곁에서 그림자처럼 내조했다. 이제는 문 총재 대신자로서 세계 신도들을 이끌고 가야 한다. 세계 어느 곳이든 찾아가 고통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어두운 곳을 밝혀주어야 한다.
세계 선교의 최일선에 서 있고, 앞으로도 선교의 핵심 축을 담당할 일본 신도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어깨를 다독여주는 것도 한 총재 몫이다.
2010년 2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합동축복결혼식’에서 문선명·한학자 총재 내외가 신랑 신부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한 총재의 생애 노정은 ‘긴장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고난은 연단이 되어 그의 지도력에 그대로 묻어나 빛을 발하고 있다. 그의 목소리, 눈빛, 가슴속 사연을 접한 사람들은 신앙의 큰 위로를 받고 앞을 헤쳐 나가는 힘을 얻는다는 것이 교단 내 평이다.
한 총재는 일본 순회를 시작으로 ‘한학자 총재 체제’가 본격 가동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공식 알리게 됐으며, 문 총재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펼치게 될 ‘비전 2020’ 프로젝트 실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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