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엔 “각군 차원 나온 얘기” 번복 혼선
北, 핵무기 소형화해 미사일 탑재 땐 방어체계 구축 방안 다시 바뀔 가능성 이지스함 탑재용 SM-3 요격 미사일 대신 지상용 고고도방어(THAAD) 미사일을 도입해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보완한다는 국방부의 구상이 검토 단계에서 무산됐다.
국방부의 THAAD 도입 검토 시사 이후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MD) 편입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발단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감사에서 KAMD 구축과 관련해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 개량하는 것 외에도 다층 방어를 위한 수단을 연구하고 대응할 것”이라며 “다층 방어 검토 대상은 L-SAM(장거리)·M-SAM(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외에 ‘다른 것’도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줄곧 KAMD는 10∼30㎞ 하층방어용이며, 이러한 하층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하층에서 다층으로’ 선회한 김 장관 발언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다. 이는 하층에서 보다 윗 단계인 중층·상층에서 요격을 담당하는 요격미사일을 찾아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그동안 우리는 PAC-2, PAC-3 수준으로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THAAD도 하층방어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 것을 포함해서 다양한 가능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THAAD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MD 편입설 확산에 THAAD 포기
THAAD로 KAMD를 보완하겠다는 구상은 16일 김 장관이 직접 나서 “SM-3나 THAAD는 국방 차원에서 결정,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14일 ‘다른 것’도 검토대상이라고 했던 장관이 본인의 발언을 번복한 셈이다. 김 장관은 “각 군별로 뭐가 더 유용할 것이냐 거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각 군 차원에서 나온 얘기다. 합참과 국방부 차원에서는 전혀 결정된 바 없다”며 혼선 책임을 각군으로 돌렸다. 국방부와 각군 사이에 내부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반응이다.
미국 MD 편입에 민감한 중국의 기류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THAAD도 미국 MD의 핵심 부분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를 재연기하는 과정에서 미국 MD 가입을 미측에 약속해준 것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전달해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보직신고를 받은 최윤희 신임 합참의장(왼쪽)과 김관진 국방장관(오른쪽) 등과 함께 환담 장소로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김 장관은 이날 “KAMD는 PAC-3와 L-SAM, M-SAM 지대공미사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공군은 패트리엇(PAC-2) 포대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PAC-3도 발사할 수 있도록 개량 중이다. PAC-2는 48기를 보유 중이다. 공군은 이날 처음으로 PAC-2 2발을 시험 발사해 공중 표적을 명중시켰다. 군은 2016년까지 PAC-3 미사일 수백발을 도입하고 현재 운용 중인 PAC-2 수백발도 추가 구매해 내년부터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2022년과 2020년에 각각 개발될 L-SAM과 M-SAM도 KAMD 핵심으로 끼워넣을 예정이다. 하지만 변수는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다.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미사일에 탑재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는 등 한반도 안보상황이 악화될 경우 KAMD 구축 방안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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