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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예산 태부족… 발굴 유물 거의 방치

입력 : 2013-10-16 20:41:39 수정 : 2013-10-16 20: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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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경험적고 전문성 떨어져… 예산 배정 뒷전 그나마 쥐꼬리
200억 필요해도 고작 2억 지원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재 보존처리를 위한 기반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국내외에서 30년 정도 문화재 보존처리 일을 해 온 전문가 A씨의 주장이다. 극단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보존처리의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모로 보나 열악하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발굴해 훼손된 것은 복구하고, 최적의 상태로 보관해 후세에 전하는 데 보존처리는 핵심이다. 하지만, 인력의 전문성, 예산의 효율성 등 어느 하나 만족할 만한 수준에 있질 못하다. 사정이 더 열악한 대학 박물관이나 사설 박물관은 문화재를 보존한다기보다는 그냥 ‘갖고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화재 보존처리 현실, ‘수준 이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로 보존처리 역시 전문적인 인력의 확보, 충분하고 효율적인 예산의 확보와 집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부터 낙제점을 면하지 못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최근 보존처리 전문가를 채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인력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 3년여간 줄기차게 요구한 끝에 겨우 예산을 받아내 첫걸음을 뗀 것이다. 책을 찍는 목판 등 30만점이 넘는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진흥원의 규모에 견주어 보면 한숨이 나오는 현실이다.

전문성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보존처리 인력들은 대개 대학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치고 현장에서 일하는데 경험이 대체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A씨는 “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바로 박물관 등에 취직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문화재를 다뤄본 경험이 없다”며 “인력이 부족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진짜 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전문가 B씨는 “전통적인 기법의 현대적 계승이 전혀 안 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수백 년 된 노하우를 가업으로 전승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현대적 기술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최대 수장처로 꼽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세계문화유산, 지정문화재 등 중요 유물만 선별해 훼손 복구, 보관 상자 제작, 배접 등 제대로 된 보존처리를 하는 데 최소한 2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지원되는 예산은 2억5000만원 정도다. 이 정도의 예산 지급이 계속된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일부 중요 유물의 보존처리에만 8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산 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시각도 있다. 예산은 부족하지 않은데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 C씨는 “최근에 숭례문 단청이 문제가 됐는데, 단청 연구에 예산을 배정하고 일정하게 결과물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전혀 활용이 되지 않았다”며 “국가 기관이나 대학에서 한다는 연구 프로젝트가 실제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경우는 10%도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철제 유물과 수장고의 모습은 열악한 유물 보존처리 현실을 보여준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발굴 후 제대로 된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방치돼 균열이 발생하고, 부식과 파손이 심해 형태 파악이 어렵다”며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추지 못해 유물들이 창고 같은 곳에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종환 의원실 제공
◆대학박물관 소장 유물의 90% 보존 상태 엉망

국립박물관이나 주요 기관의 사정에 비하면 소규모 박물관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 최근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문화재청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는 대학박물관의 고약한 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1년 조사 결과를 담은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를 비롯한 10개 대학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금속 유물 821점 중 90%가 넘는 740점의 보존 상태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10점은 부식, 파손 등으로 형태가 불분명하거나 정확한 형태가 남아 있지 않을 정도다. 유물 보관에는 항온항습시설이 필수적이지만 10개 대학 중 보존처리실을 갖춘 곳은 두 곳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보존처리 시설 및 전문 인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에서 임시 보관 중인 유물 중 일부는 중요 국가 귀속 문화재임에도 10년간 보존처리를 하지 못해 균열과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었다. 도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가 10개 대학박물관의 금속유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인 만큼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 조사를 할 경우 그 결과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박물관이 대학의 주요 기반 시설로 인식되지 않아 늘 뒷전으로 밀린 데다 시설, 인력, 예산 등의 총체적인 문제와 대학 당국의 의지 부족으로 소홀하게 관리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도 의원은 “이런 사태는 (대학을 관리하는) 교육부와 대학 당국, 문화재청 등 관계 당국의 떠넘기기와 무관심이 빚은 결과”라며 “전수조사를 해 실태를 파악하고 관계 당국이 함께 모여 제도 개선, 전문 인력 배치, 보존 관리 예산 확보 등에 대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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