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해산심판 청구 대상이 된 통진당은 5일 ‘헌법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반민주주의 폭거’라고 극렬 반발하며 총력 저항과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만큼 ‘헌법능멸’, ‘유신망령’, ‘민주주의 파괴’ 등 온갖 표현으로 정부를 성토하며 장외 투쟁에 나섰다. 향후 헌법재판소 심리에 대비한 법적 대응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무의에서 정당해산 심판청구 결정이 내려진 직후 긴급 투쟁본부 중앙회의를 열고 투쟁 방향을 논의했다. 지도부는 시청광장 장외집회에 이어 비상중앙위원 지역위원장 긴급연석회의를 진행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후 이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서울 대방동 중앙당사에는 당 인사들과 사무처 직원이 모여 현 사태를 논의하기도 했다.
통진당은 일단 적극적인 장외투쟁을 펼치면서 정당해산을 저지하겠다는 각오다. 전격 강행된 정부의 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허를 찔린 만큼 당황스러운 분위기를 일단 추스르고 시민단체와 범진보진영 등의 우군을 확보해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홍성규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다른 야당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국민과 함께하겠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계속 장외투쟁을 이어갈지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홍 대변인은 특히 “본질은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덮으려는 치졸한 정치보복”이라고 반격도 시도했다. 정치보복 이유에 대해 작년 대선을 앞둔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당시 후보였던 이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해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라고 공격한 일 등을 언급하며 “여당의 친일적 뿌리를 제기해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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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촛불 정당연설회에 이정희 대표(앞줄 오른쪽 두번째) 등이 참석해 소속 정당의 해산심판을 청구한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통진당의 첫 장외투쟁 시도과정에서는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다. 진보당원 400여명은 이날 오후 9시15분쯤 서울광장에서 시위 텐트를 설치하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시위대가 던진 둔기에 맞아 머리가 찢어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진보당원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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