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헌법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진보당 "정치보복 행위에 총력 저항"
재판관 6명 이상 찬성하면 정당해산…가처분은 과반 찬성으로 결정 정부는 5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정당 해산심판 청구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청구인은 대한민국 정부, 법률상 대표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다. 이는 헌재법상 각종 심판 절차에서 정부가 당사자인 경우 법무장관이 대표하도록 규정된데 따른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오늘 오전 11시 57분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와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이 헌재에 정식 접수됐다"고 밝혔다. 청구 취지에는 진보당 의원직 자격 상실 요구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법무부가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의결했다.
서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청구안을 전자결재로 재가했고 이후 즉각 헌재에 해산심판 청구서가 접수됐다.
현행 헌법은 정당 해산의 제소권자를 정부로, 해산 수단은 오로지 헌재의 심판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미국을 방문했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5일 저녁 귀국함에 따라 조만간 재판관 회의를 열어 주심 재판관을 정해 사건을 배당할 예정이다.
통상 일반 사건은 추첨기를 통해 무작위로 주심 재판관이 결정된다.
하지만 헌재는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박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통해 주심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관 회의에서는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이 청구서의 주요 골자와 참고사항 등을 보고하고 논의 내용은 회의록으로 남긴다.
주심 재판관이 정해지면 헌재는 헌법과 법률 검토를 거쳐 사건을 처리하게 된다.
정당해산 심판 사건 심리는 다른 사건과 달리 구두변론을 거쳐 정부와 진보당 측에서 제출하는 자료를 토대로 이뤄진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 뒤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정당해산을 결정할 수 있다.
헌재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정당해산 심판 사건인 점을 고려해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서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헌재는 최종 선고 이전이라도 정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진보당 활동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가처분 신청의 경우 법에 관련 심판정족수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일반적인 규정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즉 재판관 7명 출석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게 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국회가 선출하는 3명은 여당과 야당이 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뽑는다.
이들 중 야당 추천인 김이수 재판관과 여성인 이정미 재판관 정도만 소수 의견을 내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번 사안의 사건번호는 '2013 헌다 1'이다. 2013년에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정당해산심판(부호 '다')의 첫번째 사건이라는 의미다.
헌법재판소법 38조(심판기간)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 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이 규정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 규정이 아니라 훈시 규정이라고 보고 있어 심판 기간을 초과해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헌재는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경우 국가 또는 지자체에 중대한 손실이 예상되거나 사회 전체의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 이해관계인이 다수 관련돼 있거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우 등 내부 기준에 따라 적시처리 사건을 선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번 정당해산 심판청구의 적시처리 선정 여부 역시 박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헌재는 심판을 효율적·집중적으로 이끌고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준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법학교수나 정당인 등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지정해 진술을 듣거나 의견서를 제출받을 수 있다.
본격 심리에 들어가면 증인 신문, 증거 제출 등이 이뤄진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고 청구 배경을 밝혔다.
통합진보당 측은 의원총회와 회견 등을 통해 "이번 조치는 민주주의 파괴이자 정치 보복"이라며 "총력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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