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경찰서 소속 여경 A(47)씨는 지난해 말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인터넷매체 기자 B(40)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B씨는 5년 전에 이혼한 아내가 브로커 소개로 지방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경기도에 빌라 2채를 샀는데 재개발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A씨에게 털어놨다. 이들은 범행을 공모했다.
A씨는 자신이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행하면서 과다 대출로 비싼 이자를 받아간 은행 직원에게 합의금을 받아내기로 했다.
범행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지난 1월 말 B씨가 가짜 주소를 기재한 진정서를 만들어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무단 접속해 내용을 입력한 뒤 사건을 자신에게 배당했다.
이들은 2개월 후 B씨 전 처에게 돈을 대출해 준 은행 여직원들을 찾아갔다. A씨는 “감정평가도 없이 대출한 건 잘못이다. 업무상 배임이다”며 적반하장식 조사를 벌였다. 또 B씨는 은행원들에게 자신을 중앙일간지 기자로 속이고 “이 정도 사건이면 언론에 나간다”며 진정서를 낸 사람과 합의하라고 옆에서 종용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둘이 맞장구를 치면서 진행된 조사는 오전 11시에 시작돼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이어졌다.
장시간 조사에 지친 은행원들이 탈진을 호소했으나 A씨는 “쇼하지 말라”며 조사를 계속했다.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또다시 수사를 빙자해 합의를 종용했다.
이들의 범행은 A씨의 다른 범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A씨가 서울 구로동 일대에서 보도방 불법영업을 단속하면서 노래방 도우미 등에게 수백만원을 뜯어낸 사실이 업주 신고로 적발되면서 여죄가 밝혀진 것.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상호 판사는 공동공갈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B씨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판사는 “A씨는 공익을 수호해야 하는 경찰관의 의무를 외면하고 수사를 빙자해 금전적 이익을 얻었으며, B씨도 경찰 행세로 범행에 적극 가담한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김민순 기자 coming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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