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전남 해남의 모이산 광산을 찾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금의 94.54%(306㎏)를 산출한 최대 금광이다. 금을 포함한 원광을 캐는 작업장까지는 갱 입구에서 차를 타고 20여분 울퉁불퉁한 갱도를 달려야 했다. 금맥을 따라 나선형 모양으로 내려가면서 뚫린 갱도 길이는 5㎞ 남짓. 해저 80m인 땅속 심부까지 이어졌다.
차에서 내리자 매캐한 먼지가 코와 목부터 찔렀다. 대체 금은 어디에 있을까. 광산을 운영하는 골든썬㈜의 김중현 생산팀장은 “자세히 보면 주변에 비해 다소 짙은 색을 띤 광맥이 마치 물길처럼 연결돼 있는 데, 이것이 바로 금맥”이라고 말했다. 다소 싱거운 설명에 노다지를 눈으로 확인했다는 감흥이 사라졌다. “자연상태의 금은 보통 차돌 같은 석영에 붙어나오는데, 오랫동안 금광에서 일한 이들도 목도하는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김 팀장은 덧붙였다.
이 광석이 황금으로 변신하려면 이후 과정이 더 중요하다. 먼저 2단계 공정을 거쳐 잘게 부서진 뒤 부선기로 향한다. 원석은 부선기에서 화학처리된 물에 넣고 돌려진다. 이때 금을 비롯한 은, 철, 납, 구리, 아연, 카드뮴과 셀레늄 등 희토류 금속이 뜬다. 이를 말리면 연필심과 같은 검회색의 가루가 되는데, 비로소 육안으로도 드문드문 반짝반짝 빛나는 가루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에도 시료 혼합, 1200도 열처리 등을 거쳐야 비로소 제련소로 운반돼 금괴로 탄생한다. 이 가루 1t당 함유한 금은 150∼180g으로, 값으로 치면 800만∼1000만원 수준이다.
지난 9일 전남 해남의 모이산 광산 해저 80m 지점의 작업장에서 한 직원이 지상 운반을 위해 쌓아올린 금 원광더미를 살펴보고 있다. |
해남=글·사진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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