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은 B씨의 계략이었다. 평소 A씨에게 호감을 느꼈던 B씨가 부인 아이디로 네이트온에 접속해 친구 행세를 하며 A씨에게 만남을 꼬드겼던 것.
황당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씨가 A씨에게 “내 마음을 몰라주니 답답하다”며 애정공세를 퍼부으며 집요하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겁에 질린 A씨는 성관계를 계속 거절하며 집에 가겠다고 애원했으나 말은 통하지 않았다.
자신의 구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화가 난 B씨는 이후 7시간 넘게 A씨를 차에 태운 채 이곳저곳을 끌고 다녔다. 결국 인적이 드문 한 호수변에 차를 세운 B씨는 성관계를 거부하는 A씨를 주먹으로 때릴 것처럼 위협한 뒤 차 안에서 강간했다. 이후로도 B씨는 10시간 가까이 A씨를 차에 태운 채 돌아다녔다. 이튿날 A씨의 신고로 B씨는 금세 덜미를 잡혔고, 강간과 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A씨의 진술이 구체적인 점과 B씨도 범행을 자백한 점 등을 들어 징역형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종근)는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친구인 자신의 처가 소개한 남자인 것처럼 속여 만난 뒤 협박해 강간하고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가둬두는 등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고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도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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