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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재개봉 열풍’ 특별한 이유가 있다

입력 : 2013-11-14 22:34:51 수정 : 2013-11-15 09: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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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 지 수년 또는 수십년 된 영화들이 극장가에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말까지 예정된 재개봉 영화들은 적게 잡아도 10편이 넘는다. 필름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디지털리마스터링 기술의 발전과 저렴한 수입가, 비수기라는 시즌이 맞물리며 추억의 명작들이 ‘향수’를 무기 삼아 다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올가을 들어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1988)이 재개봉의 첫 테이프를 끊자, 지난달 24일 소피 마르소 주연의 ‘라붐’(1980)이 30년 만에 40∼50대 팬들 곁을 찾아왔고, 지난 6일에는 한석규·심은하가 주연한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가 다시 스크린에 걸렸다.

‘라붐’
뤼크 베송 감독의 영화들도 잇달아 재개봉한다. 지난달 31일 국내 팬들과 재회한 ‘니키타’(1990)에 이어 오는 21일 ‘제5원소’(1997)가 돌아온다. 내년 초까지 ‘아틀란티스’(1991), ‘마지막 전투’(2000), ‘서브웨이’(1985) 등이 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 2’(1991)도 14일 개봉했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러브액츄얼리’(2003)도 다시 한 번 국내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 참이다.

‘제5원소’
‘러브액츄얼리’
두 남자의 얽히고설킨 복수를 다룬 작품으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는 이달 안 개봉한다. 박 감독은 “2003년에는 불가능했던 디지털 색보정 기술에 의해 보다 더 미세한 손질과 작업이 가능했다”며 “그때보다 오히려 더 좋은 색깔, 더 깨끗하고 세련된 상태의 화면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올드보이’는 이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개봉한다.

1990년대 홍콩 영화를 대표했던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명작들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 ‘화양연화’(2000), 무협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동사서독 리덕스’(2008), 도시인의 상실감을 그린 ‘중경삼림’(1994) 등이 다음달쯤 선보인다.

‘동사서독 리덕스’
일본영화 ‘철도원’(1999)과 ‘하나와 앨리스’(2004)도 내년 초쯤 개봉을 준비 중이다.

수입사들이 너도나도 재개봉 영화들을 사들이는 이유는 마케팅비가 적게 드는 데다가 부가판권 시장도 활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홍보대행사 ‘언니네홍보사’의 이근표 대표는 “영화의 인지도가 높아 새로 론칭하는 영화처럼 홍보할 필요가 없다”며 “영화를 본 사람뿐 아니라 보지 못한 사람까지도 보고 싶어하는 영화여서 마케팅 비용이 신작 영화보다는 높지 않다”고 설명한다.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시네마 천국’은 2만5000명을 넘겨 손익분기점(3만명)에 근접했다.

‘철도원’
‘정무문’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의 유택현 팀장은 “부가판권 시장까지 생각하면 좀 더 잘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년 초에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테스’를 재개봉할 생각”이라고 털어놓는다.

수입가 자체가 높지 않다는 점도 호재다. 판권료가 최신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필름을 디지털로 변화시키는 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필름 영화를 디지털로 변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분을 기준으로 2000만원 정도다.

‘8월의 크리스마스’
여기에 부가판권 시장의 성장도 이 같은 재개봉 열풍을 거들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디지털 온라인 영화 시장의 매출규모는 12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 증가했다. 특히 IPTV와 디지털케이블 TV는 작년보다 51.8% 급증한 78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또 10월과 11월 가을 시장이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도 이 같은 복고주의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추억 마케팅에 기반을 둔 영화들의 재개봉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질 높은 명작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고, 특히 젊은 세대들이 이러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어서 고무적”이라며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스크린을 싹쓸이하지는 않으므로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한다.

반면 “향수를 자극하는 7080 문화 우려먹기의 재탕에 불과하고, 신작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점이 안타깝다”며 “차라리 상설 재개봉관을 만들어서 상시로 상영하는 게 나을 듯싶다”는 지적도 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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