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들어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1988)이 재개봉의 첫 테이프를 끊자, 지난달 24일 소피 마르소 주연의 ‘라붐’(1980)이 30년 만에 40∼50대 팬들 곁을 찾아왔고, 지난 6일에는 한석규·심은하가 주연한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가 다시 스크린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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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붐’ |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 2’(1991)도 14일 개봉했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러브액츄얼리’(2003)도 다시 한 번 국내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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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원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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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액츄얼리’ |
1990년대 홍콩 영화를 대표했던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명작들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 ‘화양연화’(2000), 무협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동사서독 리덕스’(2008), 도시인의 상실감을 그린 ‘중경삼림’(1994) 등이 다음달쯤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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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리덕스’ |
수입사들이 너도나도 재개봉 영화들을 사들이는 이유는 마케팅비가 적게 드는 데다가 부가판권 시장도 활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홍보대행사 ‘언니네홍보사’의 이근표 대표는 “영화의 인지도가 높아 새로 론칭하는 영화처럼 홍보할 필요가 없다”며 “영화를 본 사람뿐 아니라 보지 못한 사람까지도 보고 싶어하는 영화여서 마케팅 비용이 신작 영화보다는 높지 않다”고 설명한다.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시네마 천국’은 2만5000명을 넘겨 손익분기점(3만명)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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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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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문’ |
수입가 자체가 높지 않다는 점도 호재다. 판권료가 최신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필름을 디지털로 변화시키는 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필름 영화를 디지털로 변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분을 기준으로 2000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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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
영화 관계자들은 추억 마케팅에 기반을 둔 영화들의 재개봉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질 높은 명작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고, 특히 젊은 세대들이 이러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어서 고무적”이라며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스크린을 싹쓸이하지는 않으므로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한다.
반면 “향수를 자극하는 7080 문화 우려먹기의 재탕에 불과하고, 신작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점이 안타깝다”며 “차라리 상설 재개봉관을 만들어서 상시로 상영하는 게 나을 듯싶다”는 지적도 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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