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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환자 알권리] 환자 알권리 ‘모르쇠’… 병 키우는 불통병원

입력 : 2013-12-10 06:00:00 수정 : 2013-12-15 23: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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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결과 제대로 설명안해
제때 치료기회 놓쳐 발동동
손배소송 등 의료분쟁 비화
하정화(가명·25)씨는 최근 생후 3개월도 안 된 아들이 ‘선천성 매독’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임신 초기 하씨가 매독에 걸렸지만 산전 검사를 한 동네 산부인과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씨가 당시 받은 검사 기록지에는 ‘비특이 매독반응검사(RPR) 양성, 이 소견만으로는 매독진단은 위양성 가능성이 있으므로 TPLA로 확인검사를 권장함’이라고 써 있었다. 하지만 하씨는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이후 두 차례 더 전화했을 때도 간호사는 ‘정상’이라며 재검사를 권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산부인과 측은 하씨의 항의에도 “검사기록지에 매독 양성반응이 명시돼 있었고, 분만하기 위해 옮긴 병원에서도 검사했기 때문에 수직감염은 예방할 수 있었다”며 잘못이 없다고 항변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김경례 조정3팀장은 9일 “임산부 매독은 임신 18주 후 태반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그 전에 치료를 받았다면 뱃속 아이에게 전염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태아까지 감염되는 큰 피해를 끼친 것이 인정돼 병원측이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현행 보건의료기본법 제12조는 ‘모든 국민은 보건의료인으로부터 자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과 의학적 연구대상 여부, 장기이식 여부 등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환자들은 의사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못해 치료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해 의료분쟁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이들은 ‘환자들의 알권리가 무시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환자와 의사의 이 같은 인식 차는 세계일보가 환자단체연합회 등에 의뢰해 환자 320명, 의사 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진료 시 의사 설명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환자들은 ‘불만’(‘매우 불만’ 포함)이라는 응답이 31%로, ‘만족’ 22%보다 9%포인트 많았다. 반면 의사들은 ‘자신의 설명에 환자가 얼마나 만족했다고 생각하는가’에 ‘만족할 것’, ‘불만일 것’이라는 답이 각각 58%, 6%로 환자들의 응답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김수미·이재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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