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공개적으로 장성택 실각 가능성을 처음으로 밝혔을 당시 주요 판단근거로 활용된 것 가운데 하나는 장성택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공개활동 수행 횟수였다.
올해 장성택의 김 제1위원장 공개활동 수행 횟수를 보면 1∼3월 5회 이하, 4월 9회, 5월 3회 등에 그쳤다. 6월엔 딱 한 차례만 수행했고 장성택 측근 처형과 장성택 실각 작업이 본격화된 11월에는 김정은 주변에서 장성택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는 장성택이 김 제1위원장 곁에서 ‘그림자 수행’을 했던 2010년, 2011년의 상황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통일연구원 자료를 보면 당시 장성택의 김정은 공개활동 수행 횟수는 2011년 87회, 2012년 90회로 측근 인사들 중에서 가장 많았다.
지난 5월 장성택 대신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를 만나고 돌아온 것도 당시 이미 장성택이 김정은의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전직 고위 관료는 “북한이 올 초 3차 핵실험이라는 대형사고를 친 이후 장성택이 아닌 최룡해를 중국에 보낸 점이 의아했는데 장성택 실각 발표를 공식적으로 한 상황에서 되돌아 생각해보니 그때 이미 장성택은 사실상 실권을 잃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장성택 실각에 앞서 김 제1위원장이 빠른 속도로 군부를 물갈이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정은은 군부의 4대 핵심 직위인 총정치국장·총참모장·인민무력부장·작전국장 4명을 모두 교체한 데 이어 총참모장(현영철→김격식→리영길)과 인민무력부장(김정각→김격식→장정남), 작전국장(최부일→리영길→변인선)을 짧게는 석 달 만에 갈아치웠다. 3대 세습 체제와 김정은 1인 지배 체제를 굳히기 위해 권력 기반인 군부를 김정은 충성파로 채워넣은 흐름으로 읽힌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잦은 군부 인사교체를 통해 통치 권력의 핵심인 군부부터 빠르게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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