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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편의점에 진열된 에너지 음료는 모두 7가지였다. 이 가운데 할인 중인 제품은 이미 모두 팔려 나간 상태였다.
에너지 음료를 구입한 대학생 박모(24)씨는 “학과에 제출해야 하는 과제물이 있는데 밤을 새워야 할 것 같아 에너지 음료를 사러 왔다”며 “시험기간에는 특히 많이 마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기말고사 기간이 시작되면서 에너지 음료를 찾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시험 때뿐 아니라 시험을 끝낸 대학생들은 에너지 음료를 술에 섞어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에너지 음료는 과다 음용하면 심장 등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연세대 이정열 교수(간호학) 등이 연구한 ‘대학생의 에너지 드링크 섭취 실태 및 영향 요인 분석’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학생 2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1.8%가 ‘에너지 음료를 마셔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술과 섞어 먹어본 적이 있다는 대답도 40.3%나 됐다.
에너지 음료는 최근 2∼3년 동안 국내에 급격하게 확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에너지 음료의 유통량(생산·수입)은 4만1848t으로 2010년(5410t)의 13배에 달한다. 에너지 음료 업체들은 대학가의 시험, 축제 기간 등을 학교를 찾아 무료 시음행사를 열기도 한다.
대학생들이 시험기간이나 술자리에서 에너지 음료를 많이 찾는 이유는 각성 효과 때문이다. 대학생 이모(26)씨는 “그냥 마셔도 확실히 잠이 덜 오고, 술에 섞어 마시면 많이 취하지 않고 기분 좋게 오래 놀 수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에너지 음료를 마신 뒤 각성 효과 못지않은 부작용을 토로했다. 이 교수 등의 연구에서 에너지 음료 섭취의 부작용을 물었더니 44.4%(이하 복수응답)가 심장 두근거림을 느꼈다고 답했고 쉽게 잠들지 못함(31.7%), 깊게 잠들지 못함(23.9%), 항상 피곤함(15.6%) 등이 뒤를 이었다.
에너지 음료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해외에서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 사회연구협회 연구팀이 최근 대학생 65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에너지 음료에 함유된 카페인은 뇌를 각성시켜 많은 양의 음주를 유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본대의 연구팀이 20대 남성 1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에너지 음료 섭취 후 심장의 좌심실이 크게 수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가정의학)는 “에너지 음료를 많이 마실 경우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고, 마시다가 안 마시면 더 피로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마시지 말아야 한다”며 “술에 섞어 마시면 평소 주량보다 더 많은 술을 먹게 돼 간에 부담을 주므로 폭탄주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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