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써내려간 남편의 간병일기를 담은 에세이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2013. 위즈덤하우스)가 출간돼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남편 김재식씨는 지난 6년 동안 아내 안정숙씨 곁을 하루 3시간 이상 떠나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 거절할 수 없었던 라디오 출연 부탁에 응하기 위해 방송국에 갔던 단 두 번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바로 ‘3시간 남편’이다.
아내는 6년 전, 결혼 20주년 기념일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척수염에 걸려 사지가 마비됐고 다발성경화증이라 희소난치병 판정을 받았다. 목을 빼곤 손가락 끝도 꿈틀대지 못할 만큼 사지가 마비되고 폐 한쪽과 눈 한쪽마저 모두 잃었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 기적인 셈이다.
이 책에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갑갑한 병실에서 하루 종일 병수발에만 매달리고 있는 헌신적인 남편,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손으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귤을 까 남편의 입에 넣어주는 아내, 사춘기 시기에도 엇나가지 않고 군말 없이 제 학업을 이어간 큰아들, 대학까지 포기하고 엄마를 간병하면서도 한 번의 원망도 하지 않은 둘째 아들, 가진 돈 다 털어 부부의 커플 금반지를 선물한 기특한 딸 등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끈끈한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더불어 서울 응급실로 실려 가는 아내에게 반지를 빼어주며 기도하겠다고 눈물짓던 간병인 아주머니, 자신이 모든 의료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도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해 아내의 생명을 되살려 놓은 의사, 아내를 간병하느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한 달치 월급봉투를 내밀던 직장 사장 등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들 부부의 등을 밀어줬던 선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일터로 나가는 도중 고속도로를 달리며 핸들을 꺾어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 때마다 손가락 까딱하는데 1년, 손목을 뒤집는데 또 1년이 걸리면서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왔다는 김재식씨.
불편한 몸으로라도 곁에 남아 있어 주는 아내가 바로 남편 김씨의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중 하나였던 것이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해지는 연말을 맞아 발간된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는 아내를 향한 지극정성 사랑과 가족애에 관한 입소문을 타고 더욱 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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