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군과 노동당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권력기반 구축에 공을 들였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집권 3년차를 앞두고 '2인자' 장성택을 숙청하며 '절대권력'으로 가기 위한 가속페달을 밟았다.
17일 열린 김정일 위원장 2주기 추모대회는 '김정은 유일영도체제' 강화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무대였다.
그러나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고 권력기반이 허약한 30세의 최고지도자가 앞으로도 계속 정권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인민생활 향상을 통해 단기간에 체제안정을 이룰 수 있는가, 핵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김정은 체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체제안정에 집중…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할 듯 = 김 제1위원장은 일단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1인 지도체제를 강화한 만큼 앞으로는 내부 동요를 추스르고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민심 장악을 위해 인민생활 향상을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고 권력 내부에서도 대대적인 숙청 대신 점진적인 세력 교체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지난 2년간 인민생활 개선에 성과가 없던 책임을 장성택에게 씌워 숙청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른 시일 내에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려 할 것"이라며 "그러지 못하면 주민들에게 '너도 별수 없다'고 인식돼 신임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또 "권력 내부에 동요가 있으면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라며 "장성택 핵심 세력들은 제거했으므로 나머지는 그대로 갈 것이며 추가적인 대대적 숙청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도 "지지기반을 넓히려면 경제 분야에서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장성택 처형이 경제 개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 개방기조·대외 유화기조 당분간 유지 전망 = 내부에서 오는 동요나 불만을 잠재우려면 결국 김 제1위원장의 지도력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혁개방 경제정책과 유화적인 대외 기조는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 교수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는 대외정치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대외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 경제개혁의 상징적 인물인 박봉주 내각 총리가 아직 건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김정일 추모대회에서 김 제1위원장의 양옆에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박 총리가 자리한 점을 들어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은 그대로 간다는 의미"라며 "경제 개혁개방은 계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임 연구교수는 "장성택을 경제개발의 걸림돌이라고 지목한 만큼 다른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경제정책에 큰 변화가 오기는 어렵다"라며 "특히 중국과의 투자협력이 관건인데 북한 내부 정치의 안정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내부 불안정시 도발 가능성 = 당장은 우호적인 대외 환경 조성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군사적 도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내부적인 불안정성이 커지고 대외 문제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도발이라는 전형적인 카드를 빼들 가능성이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호적인 대외 환경 구축이라는 북한의 생존전략은 그대로 갈 것"이라며 "도발 가능성은 낮다"라고 진단했다.
임 연구교수도 "한미가 내년 3월 초부터 군사훈련을 하는데 북한이 이에 대응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 정책 방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뜻대로 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이벤트를 만들려 할 것"이라며 "부담이 큰 수위의 도발보다는 미사일 발사 등 낮은 단계의 위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고 교수도 "내부로부터 오는 비판이나 압력을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핵실험이나 도발 등의 무리수를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성공 가능성 미지수…핵문제가 관건 = 3년차 김정은 체제의 향방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결국 핵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 교수는 "그동안 김정은의 행보로 볼 때 병진노선에서 핵 문제만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하면 전문 기술관료를 등용하면서 실용주의적 정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라며 "장애물은 핵인데, 외부세계도 북한의 병진노선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를 전략적으로 검토해볼 때"라고 지적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 상부 권력구조에 금이 가고 주민들도 그것을 느끼기 시작해 체제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라며 "문제는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고 주변국을 불안하게 할 때 외부세계가 북한체제 안정과 전환 사이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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