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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우리·낯선 관람객… 안녕못한 동물들의 ‘위험한 탈출’

입력 : 2014-01-14 06:00:00 수정 : 2014-01-14 08: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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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끊이지 않는 아찔한 동물원 …대책 없나 지난해 말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동물원 동물의 관리와 처우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서울시는 영국과 미국 사례를 통해 동물원을 혁신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서울대공원 혁신위원회를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동물이 탈출하거나 사람을 습격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사고 이상으로 인명피해를 유발할 뻔한 아찔한 사고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궁극적인 원인은 동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육환경에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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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계속된 동물탈출사고

세계일보가 서울대공원의 동물탈출 및 안전사고 사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지난 10년간 ‘로스토프 사건’을 제외하고도 총 9건의 동물 탈출사고가 있었다. 이 중 지난해에만 3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19일에는 경찰이 땅꾼들로부터 압수한 살모사 228마리를 보관하던 중 7마리가 실리콘으로 처리된 보관함의 틈새로 빠져나갔다. 양서류 사육장에 뱀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즉시 관람객 출입을 통제해 인명피해는 막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6마리는 사고 당일 포획됐지만 마지막 1마리는 한 달 반이 지난 4월8일에야 포획됐다.

지난해 7월에는 출입문이 고장나 수리하는 과정에서 롤런드고릴라가 문을 빠져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로스토프 사건이 발생하기 보름 전인 11월10일에는 아누비스 개코원숭이가 동종 간에 싸우다 전기철책을 넘어 우리를 탈출, 관람객 사이를 누비다 포획되기도 했다.

2012년 6월에도 3중으로 된 출입문을 모두 열고 청소를 하던 중 당시 국내에 단 한마리뿐인 아메리카테이퍼가 탈출했다 포획됐다. 한 달여 뒤에는 흰코뿔소 ‘코돌이’가 사육장에서 탈출했다가 쇼크사했다. 2010년 12월에는 말레이곰 ‘꼬마’가 9일 만에 청계산에서 포획됐으며 2009년 12월에도 세이블앤틸롭 암컷 2마리가 탈출했다가 한 마리는 1시간반 만에 잡혔지만 한 마리는 17시간 후 청계산에서 생포했다.

◆직원·관람객 안전사고 끊이지 않아

로스토프 사건처럼 동물이 직원을 공격하거나 관람객이 다치는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2011년 11월에는 싱가포르 동물원에 있던 흰코뿔소 ‘만델라’를 동물원에 들이는 과정에서 소란을 피워 직원이 발 골절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006년 4월에는 하마의 공격으로 사육사가 몸통에 개방성골절 등을 입어 반년 넘게 요양을 해야 했다.

관람객 안전사고는 10년간 10건 발생했으며 주로 어린이들이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9월에는 토끼에게 배추를 주는 과정에서 토끼가 부모에게 안겨 있던 아이의 손가락을 물었으며 3월에는 공작이 아이에게 달려들어 오른쪽 눈썹 위와 머리를 다치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밖에도 전갈, 앵무새, 수달, 캥거루, 펠리컨 등이 관람객을 공격해 상처를 입히는 사고들이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동물원 사육환경 개선할 법규 없어


이처럼 동물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1차적인 원인은 동물원의 부실한 안전관리에 있다. 상당수 사고들이 문이나 잠금장치 고장 등 시설 노후화로 인한 것이거나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각각의 사고에 따른 동물원 측의 조치사항을 보면 재발방지를 위해 잠금장치 등 시설을 개·보수하거나 관련 직원에 대한 교육과 문책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번번이 조치를 취했음에도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동물원의 사육환경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야생동물은 물론 동물원에서 전시되는 동물들의 사육·관리에 관한 명확한 법적 기준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동물원에 대해서도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자연공원법,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 등에서 각각 다루고 있을 뿐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사육장 규격, 마리당 면적 등 동물이 생태적 특성을 유지하거나 생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다 보니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사고를 일으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형주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팀장은 “동물원 전시동물 중의 상당수가 전시에 적합하지 않은 종인데 전시가능 종을 제한하기는커녕 사육밀도를 감안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개체수를 늘림으로써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며 “동물원의 설립·운영, 사육동물의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다룬 ‘동물원법’이 국회를 통과해 동물 사육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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