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미달’ 대구 실내육상경기장 책임 공방

22일 민사조정 통해 타협 시도
양측 입장 팽팽 합의 쉽잖을 듯

대구시와 삼성물산이 대구 실내육상경기장 웜업(Warm-up)장 규격 미달 책임을 놓고 공식적인 첫 타협을 벌이지만 ‘화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양측은 22일 오전 대구지방법원에서 민사조정 절차를 밟는다.

양측은 준공을 마친 지난해 5월 이후부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규격에 맞지 않는 웜업장 책임 공방을 벌이다 최근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측은 시에서 허가받은 설계대로 시공을 했을 뿐이며 남은 공사대금 84억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삼성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웜업장을 새로 짓는 비용 중 일부인 2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날 협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발주처인 대구시와 시공사인 삼성물산 컨소시엄 간의 갈등이 법정까지 가게 된 발단은 2010년 대구 육상진흥센터의 착공부터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둔 2010년 3월 대구시는 725억원을 들여 수성구 삼덕동 대구스타디움 서편 2만7000㎡ 부지에 지상 4층 규모의 실내육상경기장, 스포츠 의·과학센터 등을 갖춘 육상진흥센터를 짓기로 했다.

화성 등 4개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삼성물산이 공사에 낙찰됐고,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턴키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준공시기가 다 돼서야 문제점이 드러났다. 선수들이 몸을 풀 수 있는 웜업장이 국제대회 규모에 맞지 않았다.

IAAF는 선수들이 경기 전 충분히 몸을 풀 수 없을 경우 부상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웜업장의 규격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국제대회를 열 수 있는 1등급(Category-I) 웜업장의 필수 조건은 4개 레인의 150m 원형 주로, 6개 레인의 50m 직선 주로, 멀리뛰기 등을 위한 도약시설과 포환던지기 등 투척 경기 연습지역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대구 실내육상경기장의 웜업장은 6개 레인 50m 직선주로가 전부다. 이 때문에 대구는 올해 유치하려 했던 IAAF 세계실내육상경기대회를 포기해야 했다.

대구시는 당시 입찰 안내서에 IAAF의 시설규정 충족 및 국제경기대회 개최가 가능하도록 설계할 것을 명시했으나 웜업장은 대회 규격에 따른 설계가 되지 않았다. 대구시도 설계 심사 및 허가 단계에서부터 완공 전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소송에 비해 시간이나 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에 우선 민사조정을 하기로 협의했다”면서 “만약 이날 조정이 결렬되면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구=이정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