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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개혁, 이번엔 제대로 하자] (하) 공공기관 개혁, 전문가 해법

입력 : 2014-01-22 06:00:00 수정 : 2014-01-22 10: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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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로드맵 작성… 여야 합의로 체계적 추진해야 성공”
공공기관 개혁은 어느 정부든 간에 시대적 ‘소명’이자 ‘의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마다 앞다퉈 ‘공기업 경영쇄신 방안’이나 ‘공기업 선진화 방안’ 등을 발표하며 대대적으로 공공기관 개혁에 나서겠다고 약속하곤 했다. 하지만 이때뿐이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의욕만 앞선 공공기관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인 저항 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되거나 오히려 후퇴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133개 공기업 가운데 61개(45.9%)를 임기 내에 민영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16개만 성공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산 20조원 절감과 균형재정’을 공약하며 과감한 혁신을 예고했지만 촛불시위로 개혁 시기를 놓치면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통합에 만족해야 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했던 한전 분할과 가스·철도산업 민영화를 노조 반발에 밀려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공기업 개혁이 용두사미 식으로 반복되는 이유로 ‘정권의 조급성’을 꼽았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밀어붙여 보자는 욕심이 앞선다는 것이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공기업 개혁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닌, 적자 난 나라살림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개혁작업을 깡그리 무시하지 말고 계승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공기업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한 후 여야가 합의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예를 들어 공공기관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대안이라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는 1980년 초 전기·가스·통신·철로 등 48개 주요 공기업과 소규모 사업을 매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정부 간섭에서 벗어나 효율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영국항만은 민영화된 지 6개월 만에 이익이 150만파운드에서 680만파운드로 급증했고, 영국항공은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이 50% 올랐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대처는 작은 정부, 공기업 민영화, 금융규제 철폐, 노동시장 유연화, 평등교육 타파, 복지개혁 등 시장 중시 정책을 펴 영국 총리 가운데 이름 다음에 ‘이즘(ism·대처리즘)’이 붙는 유일한 총리로 칭송받는다”며 “대처의 공기업 민영화는 ‘민영화’를 유일한 전략으로 삼지 않고 민간 위탁과 경쟁입찰제도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기업이 민영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00년 전후로 민영화된 포스코(전 포항종합제철)와 두산중공업(전 한국중공업), 대한송유관공사, KT(전 한국전기통신공사), KT&G(전 한국담배인삼공사), 미래엔(전 국정교과서 인수합병), 남해화학(전 한국종합화학공업 인수합병) 등 7개 기업은 2011년 회계기준이 국제수준으로 강화됐지만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수익성도 10% 이상 내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총차입금 5조원 이상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7개 공기업은 부채비율이 2007년부터 급증세를 보이며 수익성도 한자릿수로 곤두박질쳤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영신 부연구위원은 “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공공요금 인상이나 조세부담 증가로 이어져 결국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민영화든 민영화가 아니든 공기업의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철호 한국정책학회장은 “역대 정부에서 추진한 공공기관 개혁 작업이 실패한 것은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개혁이 성공하려면 대통령이 임기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공공기관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정부가 맞춤식으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 회장은 이어 “개혁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정부, 국민이 함께 움직이는 ‘개혁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먼저 개혁작업을 실행하면 정부가 이를 관리하면서 미진한 사항은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국민은 공공기관과 정부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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