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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유혹에 일단 쓰고 보자… 빚 만드는 ‘신용카드의 그늘’

입력 : 2014-01-26 19:04:31 수정 : 2014-01-26 19: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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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가도 속 과잉소비 부작용 ‘신용카드’(credit card)란 작명은 멋지다.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신세계’의 팽창은 유독 한국이 빨랐다. 카드업계는 “신용카드는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자랑해 왔다. 여신금융협회의 한 관계자는 26일 “정보유출 사태가 터진 지금 할 말은 아니지만 카드는 선진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도 우리가 앞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 신용사회는 작명처럼 그리 멋진 것이 아니었다.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현재의 소비를 가능케 해줄 뿐이었다. ‘외상구매’의 매력은 거꾸로 가계를 위험에 빠뜨릴 독을 품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는 그 위험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가장 쉬운 빚내기로 거품을 키우다 터진 것이다.

신용카드 거품의 득실은 경제주체별로 엇갈린다. 정부는 경기를 띄우고 안정적 세원을 확보하며 카드사들은 급성장하지만 가계는 다르다. 당장의 소비는 매력적이지만 분수 넘치는 소비, 계획성 잃은 지출은 가계를 위기로 이끈다. 거품이 커질수록 정부와 카드사는 득이 커지지만 가계는 멍들어간다. ‘신용카드 선진국’이라는 업계의 자랑거리도 이런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정책의 산물일 뿐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신용 과잉사회의 위험

요즘 신용카드의 몸집은 2003년 카드사태 직전 못지않다. 사태 이후에도 성장을 지속한 결과다. 카드사태가 터지기 전 신용카드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팽창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 비율이 1999년 5.1%, 2000년 9.4%, 2001년 27.6%, 2002년 40.8%로 급상승했다. 거품이 터지면서 2003년 36.2%, 2004년 31.9%로 하락했으나 이후 거의 상승세를 이어 2012년 43%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수도 2011년 4.9장으로 정점을 찍고 2012년 4.6장으로 줄기는 했으나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4.6장)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나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팽창 정책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셈이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논문 ‘신용카드 활성화가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1조원 증가하는 경우 부가가치세수는 777억원가량 증가한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2002년 623조여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4년 357조5000억원으로 하락했다가 증가세로 반전해 2012년 553조여원으로 늘었다.

신용카드의 팽창 자체가 곧 위기인 것은 아니다.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과 비교하면 관련 지표들은 안정적인 편이다. 고율의 현금서비스만 해도 당시에는 357조여원에 달한 데 비해 지난해에는 70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최현 여신금융협회 카드부장은 “전체 가계부채 중 신용카드 비중은 5%도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용카드 과잉이 야기하는 계획성 잃은 소비습관이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2011년 말 신용카드 결제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도 이런 위험성 때문이다.

◆“한 장만 남겨라”

과잉이 문제이지만 신용카드는 장점이 많다. 이용의 편의성, 거래의 투명성으로 국민경제에 순기능적이다. 비합리적 소비습관을 바로잡는다면 거품의 위험을 줄이고 순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신용카드는 편리하지만 잘못 쓰면 또다시 가계파탄의 주범이 될 수 있다”면서 “차제에 여러 카드를 해지하고 한 장만 남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장의 카드만 사용하게 되면 카드의 각종 혜택을 누릴 가능성도 커지고 무엇보다 언제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를 파악하기가 쉬워져 계획성 있는 소비가 가능해질 것이란 조언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도 직불카드 권장으로 정책을 전환한 만큼 소비자들도 ‘쓰고 보자’ 식의 소비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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