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라… 뜨거워지는 기업들의 생존경쟁
삼성, 현대차, SK, LG 등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기업들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글로벌 경기침체를 정면으로 돌파할 태세다.
삼성의 고민은 ‘갤럭시’ 이후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세계 1위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태블릿PC, 웨어러블(wearable·몸에 장착할 수 있는) 기기로 승화시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신수종 사업을 개척하는 것이 과제다. 삼성이 태블릿PC에 주목하는 이유다. 갤럭시탭은 국내에선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애플에 이어 2위다. 삼성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서 자동차, 가전 등과 연결하는 2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 미국 CES(가전전시회)에서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기어’로 BMW 전기자동차를 제어하는 모습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규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3년간 10억달러를 들여 의료장비 업체인 뉴로로지카, 메디슨 등 14개 기업을 인수해 의료기기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가진 IT 디지털 기술과 압축 기술 등을 의료장비에 적용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현대차는 질적 성장을 통한 내실 경영에 집중하면서 세계적 흐름인 ‘친환경’에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올해 완공을 앞둔 현대차 중국 상용차공장(15만대 규모)과 기아차 중국 3공장(30만대 규모) 등 중국 시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브랜드 파워를 키워 ‘제값 받기’에 가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든든한 후원군은 주행성능 등 상품성을 대폭 강화한 신형 제네시스 등이다.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인 친환경차 분야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판매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SK는 기존 주력 사업인 에너지와 정보통신, 반도체 분야의 지속적인 R&D 투자와 함께 자원개발 등 신사업에 진출한다. LG는 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의 핵심 기술을 에너지 솔루션과 자동차부품, 의료기기 등 새로운 시장에 융합해 신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R&D로 기초 다지고, 인수·합병(M&A)으로 돌파구 연다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한 R&D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신성장 동력 확보의 첫 단추를 기초체질부터 다지는 데서 찾은 셈이다. 주요 기업들이 R&D 거점이 될 R&D센터를 잇따라 개소하거나 짓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숙원사업이던 R5 연구소를 오픈했다. R5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1위 신화를 가능하게 한 휴대전화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모바일 전용 연구소로, R&D 인력 1만여명이 상주한다. 삼성 수원 디지털시티는 1980년 문을 연 TV연구소 R1을 시작으로 이번 R5에 이르기까지 전 사업군에 걸친 첨단 R&D 기반의 위용을 갖춘 것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 마북 기술연구소에서 친환경자동차 핵심부품과 지능형자동차용 전자장치 제품의 R&D를 전담하는 전장연구동 준공식을 열었다. 600여억원의 투자와 1년5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된 이 전장연구동에는 첨단지능형·친환경 자동차 핵심부품 기술 등을 시험·개발할 수 있는 21개의 첨단 전용시험실이 들어섰다. LG도 지난해 전체 투자액 20조원 가운데 6조원을 R&D 비용으로 책정할 만큼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계열사 간 M&A를 통한 사업다각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4월1일 합병하면 국내 8위의 대형건설기업이 탄생한다. 현대엠코는 주택과 토목 부문을,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 플랜트의 설계와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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