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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상품권 시장] (하) 무분별한 상품권 발행 규제해야

입력 : 2014-01-29 06:00:00 수정 : 2014-01-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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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피해 2200여건… 매년 급증
사실상 자율규제… 분쟁해결 감감
#1. 대학생 A씨는 2012년 5월 지인에게서 선물받은 스포츠브랜드 상품권(10만원권) 5장을 가지고 매장을 방문했으나 상품을 구입할 수 없었다. 유효기간(1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매장 측이 상품권 사용과 환불을 모두 거부했기 때문이다.

#2. 직장인 B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150만원짜리 양복 상품권을 90만원에 구입해 큰돈을 벌었다 생각했다. 하지만 옷을 맞추고 남은 60만원을 환급 받지 못해 결국 손해를 봤다. 이 양복 상품권에는 잔액 환불이 안 되고 양복 외에 구입도 안 된다는 자체 약관이 있었던 것이다.

전체 상품권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백화점·주유·제화 상품권 외에도 수많은 상품권들이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상품권의 이면에는 편의성을 도모한다는 발행 취지와는 달리 유효기간, 잔액환불 거부 등 발행처에 유리한 약관들이 숨어 있어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상품권 관련 법규나 규정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상품권 피해 연평균 2200여건

2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품권 관련 소비자 피해는 2010년 이후 연평균 2200여건이 접수되고 있다. 하지만 피해구제까지 이어진 경우는 2010년 3.29%, 2011년 10.38%, 2012년 4.72%, 2013년 7.23%에 불과했다. 종류만 200여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품권은 유형에 따라 인지세법,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전자금융거래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문화예술진흥법 등에 관련 규정을 두고 있으나 사실상 자율규제에 가까워 소비자 분쟁 해결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유효기간을 둘러싼 분쟁은 대표적인 소비자 피해 유형이다.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은 상품권 유효기간이 지나더라도 5년(상사채권 소멸시효) 이내에는 상품권에 찍힌 금액의 90%에 해당하는 현금·물품·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강제력이 없어 현장에서 무시당하기 일쑤다.

유효기간이 지나 휴지조각이 된 상품권의 판매액은 낙전수익이 돼 고스란히 발행업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유효기간이 2∼3개월로 짧고 환불절차가 까다로운 모바일 상품권의 경우 미이용 잔액이 2011년 46억원, 2012년 상반기 39억원에 달할 정도다. 최근에는 발행업자의 부도, 사기 등에 따른 상품권 미지급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상품권 소비자의 경제적 권익 보호를 위한 관련 법제도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1999년 상품권법의 폐지로 아무나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종류의 상품권 발행·유통을 규율할 포괄적인 법제를 마련해 발행자 자격을 제한하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상품권 관련 법안 준비 중

상품권을 둘러싼 소비자 피해가 매년 급증하다보니 국회에서 ‘상품권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법안에는 상품권의 발행요건과 유효기간, 환불에 관한 제반 규정과 함께 상품권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발행업자가 보증금을 공탁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상품권이 워낙 여러 종류이다 보니 소관 정부부처를 정하는 게 가장 큰 난제”라며 “늦어도 3월까지는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국회 법제실에 관련법의 입안을 의뢰해 둔 상태다. 정 의원 측은 “최근 청와대 행정관이 기업체로부터 상품권을 받았다가 적발되는 등 상품권이 불법적으로 사용될 소지가 있다”며 “상품권 악용 방지 차원에서 입법이 필요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상품권은 구입 물품 및 시기의 선택 가능성을 넓혀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과소비 조장, 뇌물공여의 합법화, 세금포탈 등과 같은 부작용이 많다”며 “특히 선지급 후구매를 특징으로 하는 상품권의 속성에서 비롯되는 발행자의 부도, 잔액환불 거부, 사용매수·사용 제한, 세일기간 중 사용 거부, 소멸시효 등 소비자 문제가 다발해 이에 대한 법제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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