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도정부 협상참여 요구에 러선 연방화 카드… 해법 평행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수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케리 장관은 그러나 갑자기 전용기의 항로를 바꿔 프랑스로 날아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로 전날 전화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에 합의한 터라 ‘파리 회담’에는 평화적 해법에 대한 기대감이 확 퍼졌다.
케리와 라브로프 장관은 30일 파리 주재 러시아 대사관저에서 4시간 동안 회담을 하고 외교적 해결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입장차가 있으나 외교적 해법을 찾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쪽 국경에 배치됐던 러시아 병력이 철수하기 시작해 사태변화의 조짐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철군은 미국이 줄곧 사태 해결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사항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군사·정치연구센터 드미트리 팀축 소장은 31일 페이스북에서 “러시아 병력이 (4만명에서) 현재 약 1만명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도 이를 확인하며 “상황은 다소 진정됐다”고 말했다.
해법 각론에서도 미·러 양국의 입장차는 컸다. 케리 장관은 철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협상 참여를 요구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연방화 카드로 맞섰다. 라브로프 장관은 별도 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통일된 국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며 연방제를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정치적 중립선언, 러시아어의 제2외국어화 등도 요구했다.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남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노림수가 깔린 제안이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연방화는 곧 주권 훼손과 영토의 분열”이라며 즉각 거부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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