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웅∼”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던 5m가량의 회색 무인기가 이륙 사인과 함께 시속 150㎞의 속도로 날아올라 상공 속으로 사라졌다. 상공 200∼300m로 올라가자 하늘 속 기체를 분간하기 힘들었다. 8일 오전 11시 경기도 양주시의 한 활주로에서 우리 군이 운용 중인 무인정찰기 ‘송골매’가 위용을 드러냈다. 같은 시간, 충북 청주시 미호천 공터에서는 우리 업체가 만들어 해병대 등에 배치된 무인기 ‘리모아이-006’도 시범비행을 펼쳤다. 송골매와 리모아이-006은 그동안 기밀무기로 분류됐던 대북정보 수집 자산이다. 군이 이날 무인정찰기를 공개한 것은 최근 북한의 소형 무인항공기가 잇따라 발견된 데 따라 제기되는 안보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길이 4.8m, 높이 1.5m, 날개폭 6.4m의 송골매는 작전반경이 80㎞에 이르는 우리 군의 주요 정보 전력이다.
수도군단 정보대대장 서호영 중령은 “송골매는 야전부대가 가장 신뢰하는 정찰 자산”이라며 “이번에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와는 비교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8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의 한 공중정찰부대에서 한국형 육군 무인정찰기인 송골매가 이동발사대에 탑재돼 있다. 송골매는 활주로가 없어도 이동발사대를 이용해 이륙할 수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30여분 후, 작지만 속도가 빨라 불안해 보였던 송골매는 매우 매끄럽게 착지했다. 아스팔트와 날개 사이의 거리는 60㎝에 불과했다. 군 관계자는 “간단한 조작 같지만 무인기는 크기가 작아 상공 위의 바람, 습도 등 각종 기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고도의 조작기술이 필요하다”며 “기본을 갖춘 조종사 양성에만 2년이 걸리고 실제로 작전 투입에는 10년차 베테랑들이 나선다”고 말했다. 이 부대에는 현재 30여명의 조종사들이 있으며 현재 전국 각지에서는 200여명이 훈련을 받고 있다.
리모아이-006은 로프를 이용한 이른바 ‘번지이륙’이 가능한 무인기다.
번지이륙 방식으로 사뿐히 날아오른 무인기는 150m 상공에서 공터 주위를 순회하며 촬영된 영상을 지상으로 보냈다. 통제장비에 비행기가 보내오는 영상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보여졌다. 모니터 한편에는 미호천 주변의 지도가 표시돼 있었다. 직원이 모니터 지도 위 몇 곳을 손가락으로 터치하자 무인기가 해당 지역들로 순차적으로 이동했다.
리모아이-006 |
업체 관계자는 “지상통제장비로 정찰할 지역을 찍으면 무인기가 해당 지역으로 이동해 주변을 선회비행하며 영상을 촬영하고 실시간 송신한다”며 “국내 최초로 해외파병부대에서 운용하며 능력을 입증했고 최근에는 볼리비아 대통령 앞에서 데모비행을 펼치며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여분 미호천 주위를 비행하던 무인기에 통제장비로 착륙명령을 내리자, 비행기가 고도를 낮췄다. 최근 북한제 추정 무인기처럼 낙하산 착륙도 가능하지만, 이날은 동체착륙을 선보였다. 공터 주변으로 다가오면서 고도를 낮춘 무인기는 이내 부드럽게 공터의 잔디에 배를 대며 미끄러지듯 착륙했다. 업체 관계자는 “착륙 장소가 넓을 경우에는 동체착륙을 하고,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에서는 낙하산 착륙을 한다”고 설명했다.
양주·청주=김선영 기자, 국방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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