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 세수 실적은 31조1000억원으로 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징수 실적을 뜻하는 세수진도비가 14.4%에 그쳤다. 1∼2월 세수진도비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18.8%)과 2009년(16.2%)보다도 낮다. 정부 예상치보다 세수가 8조5000억원 부족했던 지난해(14.3%)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0년(17.4%), 2011년(16.3%), 2012년(18.3%)과 비교해도 한참 못 미친다.
주요 세목을 들여다보면 법인세 세수가 2조1000억원으로 세수진도비가 4.5%에 그쳤다. 법인세는 전년도 12월에 사업연도가 종료된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 국내 원천소득이 있는 외국법인들이 3월까지 신고·납부하기 때문에 2월까지 세수진도비가 낮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3월 실적을 봐야 흐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경기가 완만한 개선 흐름에 그쳐 큰 폭의 세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부가가치세다. 세수가 9조4000억원으로 16.2%에 그쳤다. 부가가치세는 소비가 살아나야 세수가 늘어난다. 그러나 소비심리는 여전히 바닥이다. 지난 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2% 감소했다. 특히 비내구재가 7.4%나 줄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기재부에 지난달 세수 잠정치를 넘긴 것으로 아는데,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부가가치세 실적이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세외 수입에 눈을 돌리는 눈치다. 정부는 최근 ‘정부출자기업 배당정책 연구’ 용역을 통해 37개 출자공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 적립을 막고 정부에 대한 배당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배당 수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배당 확대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강조하며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한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배당을 늘려 세외수입을 쥐어 짜려는 듯한데 재무구조 개선 요구와는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몸이 단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재정 조기집행을 통한 경기 활성화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분기 재정집행 규모를 확대해 상반기 집행규모를 목표(55%)보다 초과 달성하고, 특히 중소기업 등에 대한 정책금융이 상반기 중 60% 수준으로 조기집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 2월 세입·세출 마감행사에서 ‘올해는 세수부족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벌써 세수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며 “대규모 세수 결손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탈세 근절과 체납 관리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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