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권고항로 이탈과 급격한 변침(變針, 선박이 진행하는 방향을 트는 것), 승무원의 대응 미숙,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수학여행 매뉴얼 불이행 등 석연찮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번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한 침몰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이평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안전총괄부장을 위원장으로 한 합동조사위원회가 꾸려진 상태다.
다음은 17일 현재까지 파악된 사고 정황을 토대로 한 해양·조선 전문가들의 의견.
◇천안함 인양업체인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
"급격하게 뱃머리를 돌린 데는 미처 발견하기 못한 암초를 피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급격한 변침으로 결박 화물이 이탈하면서 통제가 힘들 정도로 기울어졌을 것이고, 물이 배 안에 차면서 교타장치에 고장이 나 배가 회전했을 수 있다. 암초를 감지 못한 이유는 여럿 되나, 졸음운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승무원의 대응도 미흡했던 것 같다. 그러나 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여객선과 같이 다중이용 선박을 다루는 사람에 대한 자격·임명 기준이 낮은 데 있다. 대형 여객선의 경우 1급 항해사 중에서도 10년 이상의 승선 경력이 있는 자에게 맡겨야 한다. 해양사고의 경우 경험 많은 선장의 빠른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장
"사고에 대처하는 선장의 능력이 다소 아쉽지만, 비난하기엔 무리가 있다. 급박한 침수 상황에서 역학적으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교육받지 못한 탓이다. 현재 해양사고의 예방·대응·복구에 관한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특히 실제 사고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훈련 과정이 없다. 사고 예방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선장에 대한 잘잘못은 수사당국이 밝혀낼 사안이다.
◇백점기 부산대 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장
"기상에 의한 전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정적인 원인은 '의도치 않은 침수(accidental flooding)'에 있다고 본다. 침수가 일어나 배가 기울어지면 전복돼 버려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고자 하는 배의 '복원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파공(구멍이 생기는 것)'에 의해 주로 일어난다. 배에 난 구멍의 크기와 갯수에 따라 침수의 속도가 결정된다. 파공이 생긴 이유로는 좌초와 충돌, 폭발, 부식 등 4가지가 있는데, 현재로서는 좌초일 가능성을 가장 높다. 침몰 해역의 수심이 깊고 암초가 500m 이상 떨어져있다고 해서 좌초가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암초가 떠밀려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좌초다. 외부 충격에 의해 침수됐을 가능성이 있다. 외관상 좌초 흔적이 없다고 갑자기 선체가 기울어졌다면 여객선 내 적재화물의 이동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 회두(回頭, 뱃머리를 돌려 진로를 바꿈)하게 되면 배가 기울면 선박 내 적재화물이 한 쪽으로 몰릴 수 있고, 이것이 선체의 기울임을 촉진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화물을 선체에 묶어두는데, 이 고정장치에 이상이 있었다면 가능한 일이다. 선체에 파공 부위가 있는지 여부가 사고 원인의 관건이 될 것이다."
◇임긍수 목포해양대 해상운송시스템학과 교수
"변침으로 인한 적재화물의 이동이 침수의 원인일 수 있다. 여기에 적재화물이 고정돼 있지 않았다면 침수를 촉진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선박 안전을 위해서는 여객선 내 화물을 고정토록 의무화해야 한다. 간혹 관리자 측면에서 시간과 비용이 드는 화물 고정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현재 운항 전 화물 고정 여부에 대해 검수를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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