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30분쯤 여객선 멈춰”… ‘이상 징후’ 승객·어민들 주장 세월호는 15일 인천에서 출항할 때부터 좌현으로 15도가량 기운 채 운항한 데다 사고 발생 한 시간 전에는 교신이 두절됐다는 승객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또 사고 발생 신고 2시간 전부터 세월호가 사고 지점에서 상당 시간 머물렀다는 어민들의 주장이 나와 실제 사고가 신고 시간보다 훨씬 먼저 발생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구조된 한 승객은 “인천에서 출항 후 갑판에서 보니 여객선이 왼쪽으로 15도가량 기울어 보였다”며 “이런 이유 때문인지 객실이나 선실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해 수평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들도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 운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불편을 호소했다는 주장을 했다. 출발부터 선체가 기운 것은 여객선이 변침 포인트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면서 좌현으로 빠르게 기우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월호의 이상 징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부 승객들은 사고 신고 1시간 전에 세월호가 관계 당국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안산 단원고는 제주해경으로부터 15일 오전 8시10분쯤 “여객선과의 연락이 되지 않아 학교로 문의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날 오전 8시 입항예정인 세월호가 도착하지 않아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자 학교로 전화를 한 것이다.
이 같은 승객들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세월호가 출항 당시부터 선체 결함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월호의 사고 발생 시간이 신고 시간보다 2시간가량 빨랐을 것이라는 어민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어민 6명은 사고 당일 오전 6시30분쯤 사고 지점으로부터 10분 거리인 양식장에서 미역을 채취했다. 이들 어민들은 미역을 채취할 때 정박해 있던 하얀색 여객선이 1시간 후 자신들이 떠날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어민은 “그날은 날씨가 좋아 동네 사람들과 함께 오전 6시30분쯤 미역을 따러 바다에 나갔다”며 “무슨 일인지 하얀색 여객선이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집에 돌아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여객선이 침몰해 구조에 나서달라는 마을 방송을 들었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사고 발생 후에 삼삼오오 모여 “하얀 여객선이 고장 나 수리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나눴다. 주민들의 증언이 맞다면 세월호가 사고를 인지했을 당시 곧바로 신고해 구조를 요청하고 승객 대피에 나섰다면 실종자 수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목포=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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