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 ‘반값 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격 거품을 확 빼고 본연의 기능에 집중해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겠다는 업계 전략이다.
그러나 반값 제품이 소비자에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격 거품을 걷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품질 저하, AS 미비 등의 문제도 따르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을 왜곡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쏟아지는 반값 제품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촉발된 ‘반값 홍삼’이 홍삼전문업체로 확산되고 있다. 동원F&B 천지인 홍삼은 23일 현대홈쇼핑을 통해 ‘천지인 6년근 홍삼정 100g’ 3병을 기존 판매가 21만원에서 50% 할인된 10만5000원에 판매한다. 지난 21일엔 옥션과 홍삼전문기업 천지양이 공동 기획해 홍삼제품을 최고 65% 싸게 내놓았다.
대형마트들의 히트상품인 ‘반값TV’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TV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는 화질과 사운드, 디자인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바로 가격. 서민들의 경우 100만원에 육박하는 LED TV를 구매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유통업체들과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만드는 TV보다 50%까지 저렴한 반값TV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엔 반값 비타민이 등장했고 시중에는 반값 자전거를 비롯해 안마의자, LED, 휴대폰, 선풍기 등 반값 제품이 없는 품목이 없을 정도다.
◆품질 잘 살펴야
하지만 이 같은 저가 기획상품 경쟁에 대해서는 업계 내부에서 조차 “경쟁이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에 이어 오픈마켓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품질 논란까지 일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중국산 부품을 주로 사용한 ‘반값TV’다.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절반 수준’이라는 유통업체들의 홍보가 비교 대상을 비슷한 사양이 아닌 고가 제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을 때가 많아 실제 할인폭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사실상 기만하는 상술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홍삼’을 둘러싼 진실 공방도 거세다. 대형마트와 홍삼업체들은 “사전 기획으로 대량구매를 하고 유통 과정을 줄여 원가를 낮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등급이 낮은 삼을 사용했을 가능성과 철저한 품질검증이 필요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반값 제품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경우 배송 지연이나 제품 불량이 있을 수 있다”며 “실제로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소비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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