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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선장 없는 세월호, 선장만 있는 한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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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8 22:25:46 수정 : 2014-04-28 22: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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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人災·무능력한 관료
국가 ‘재정비’ 않으면 한국 미래 없다
세월호 해상 조난 사건은 사건이 아니라 일종의 사태였다. 사태라고 하는 말은 미증유의 위기나 징조를 보이는 사건을 두고 붙이는 말이다. 한마디로 세월호는 선장 없는 배였고, 어처구니없는 인재에 당황해하는 대통령의 모습과 그 주변 관료들의 책임 없는 모습을 볼 때 ‘한국호’는 선장만 있는 배였다.

선장 없는 배든, 선장만 있는 배든 둘 다 무사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어디에 갔는지, 빈껍데기를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세월호 사태는 사태 자체만으로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그 사후처리 과정에서도 꼭 세월호 사태의 재연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언제 국가가 제대로 국민을 보호했던가. 세월호를 통해 한국호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IMF사태에서 하나도 변한 게 없다. IMF사태 때도 국민들은 나라를 구하려고 금모으기에 바빴는데 당시 책임 당사자였던 금융권은 퇴직금·월급인상 잔치를 벌이는 배반을 보였다. 저축은행 사건은 또 한 번 서민들의 코 묻은 돈이 악덕 기업가의 배를 불렸다. 원자력발전소 사건은 국민의 미래 생명을 담보로 한 검은 거래였다.

정의와 도덕은 실종되고,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마피아사회’가 되고 말았다. 그 악의 씨앗은 불행하게도 자본주의와 민주화의 화려한 꽃그늘에서 독버섯처럼 우리 사회의 저변에 둥지를 틀고 말았다. 마피아라는 말은 공익(公益)을 도외시한 조폭적 권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패악을 끼치는 것은 학연·관료 연줄이다. 서울대마피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해양대 출신 관료마피아들이 드러났다. 한때 관료들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 부류였지만 어느덧 암적 존재로 변질되었다. 퇴직한 관료마피아들은 산하 기관·단체에 기생하면서 악덕 기업과 연루되어 국가를 사리사욕과 부정부패의 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주범이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백성)이지만, 국가의 흥망은 항상 소수 권력엘리트와 관료들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앞에서 ‘무엇을 쓰는 척하는’ 관료들부터 없앴으면 좋겠다. 이들은 정말 무능력하고 가증스러운 아첨배의 표본이 아닌가. 쓰지 말고 그 시간에 생각해라! 생각이 없는 집단의 모임이니 ‘한국호’는 선장밖에 없지 않은가.

돈이 신이 된 사회, 어떻게든 돈만 벌면 된다는 사회, 돈을 벌기 위해서 감방에 몇 번 들어가도 괜찮다는 사회. 우리 사회는 재벌도 그렇고, 관료도 그렇고, 국회의원도 그렇고, 심지어 법률을 다루는 율사들도 그렇다. 이번 사건의 주범도 특정 종교 마피아가 아니던가.

한국은 몇몇 대기업의 실적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졸부기업 국가가 되고 말았다. 국가로서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국가는 없고, 대기업만 있다. 대학도 기업경영과 수지원리에 따라 변질되고 있다. 무역액이나 경상수지 흑자 등이 한동안 한국 경제의 낙관론을 지배했지만 한국은 아직 선진국의 카피·조립 수준의 문화이다.

카피나 조립 수준의 문화에다 ‘창조경제’를 외친들 창조경제가 될 수 없다. 창조경제는 경제만 하는 것도 아니고, 기업만 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 교양을 비롯한 전반적인 문화 수준이 올라가야 하고, 국민적 자부심이 생겨야 하고, 국민 각자가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세계와 겨룰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일상의 예의범절도 없고, 예기치 않은 사태를 만났을 때의 매뉴얼도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창조가 되겠는가. 도대체 스스로 작성한 삶의 원칙과 플랜이 없는 나라, 이 모두 ‘민주주의의 한국’이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가 되지 못한 탓이다. 선진국이 만들어놓은 매뉴얼을 따라, 그것을 대충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매뉴얼을 가진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로부터 독립된 국가와 국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통일 문제만 해도 남에게 맡겨놓고 있다. 6자회담 백날 해보았자 그들이 통일시켜 줄 리가 없다. 통일 철학과 실현 가능한 다단계 마스터플랜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는 나라이다. 남북이 대승적 차원의 통일 철학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거나 자신의 정의만을 내세운다면 결코 통일을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다.

탁상공론을 넘어서 ‘통일대박’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변의 강대국들은 우선 한국의 통일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국익과 세계 지배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이런 난관을 지혜롭게 극복할 때 통일을 이룰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는 전범국인 독일이 분할되었는데 왜 극동에서는 전범국인 일본이 분할되지 않고,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이 분단되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시 한국은 이미 지도층과 국민들이 스스로 분단되어 있었기 때문에 분단되었던 것이다. 동서 냉전은 끝났는데 아직도 남북 냉전은 그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는 언제 형성되었는지 잘 알 수 없는 자기부정과 체제부정적 의식이 깔려 있고, 디아스포라적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수많은 외침과 오랜 사대주의에 따른 인과응보인 것 같다. ‘나만이 살고 보자’ 식의 임기응변적 해결과 집단이기는 사회를 내분으로 몰아갔으며, 정치는 없는데 ‘정치모리배’만 있는 게 현실이다. 국민들은 제발 정치인의 사탕발림과 잔꾀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선장을 통해 우리의 얼굴을 본다. 세월호 사태는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태와 같은 동급의 사태이다.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통일을 앞둔 전반적인 국가재정비, 통치 철학 완성의 밑거름으로 삼지 못하면 꽃다운 젊은 희생에 두 번 죄를 짓는 꼴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너무 많은 희생을 통해 역사발전을 이뤘다. 이제 희생제는 끝을 내야 한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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