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사학 |
역사적으로 보면 기원전 2세기경 중국의 정치·문화적 기초를 마련한 한(漢) 제국이 실크로드를 열고, 13세기의 원(元) 제국이 대륙 횡단과 해양의 통로를 열었다. 지금 중화인민공화국은 남중국해로의 진출을 통해 바다에서 옛 정화(鄭和)의 영광을 재현하고, 21세기 고속철도를 통한 세계화 즉, 새로운 실크로드인 동서문화로(東西文化路)를 개통해 중국의 위상 제고는 물론 동서의 물류와 문화교류에 세계사적 지평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처럼 격변 약진하는 주변과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이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상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으로 친선을 강화하고 경제적인 협력을 이끌어낸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 지역이 모두 중국이 계획하는 중앙아시아 고속철도 노선이기도 하며, 앞으로 대륙을 통한 우리의 세계 진출의 중요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매우 불안하고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어지럽고 불안한 국내의 정치 현실이다. 남북의 분단과 대결이 이미 70년에 가까워 옴은 물론 우리 내부의 정파·이념 및 종교 간의 극단적 대립은 국가와 국민이 아닌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국론분열을 야기시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지난해 한국사 교과서의 검인정과 그의 채택을 둘러싼 반민주적 갈등이나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장관 후보자의 자격을 둘러싼 논란 역시 마찬가지이다. 입만 열면 애국이며 국민 없이는 한시도 못 살 것같이 목청을 가다듬는 정치인들의 ‘표리부동’한 작태에서 환멸을 느낀다.
이 격변의 엄중한 기회와 도전에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아깝고 귀중한 시간에 진정 우리의 역사와 민족을 사랑하며 화해 협력해 위대한 역사적인 미래를 구상하고 추진하는 금도(襟度)가 어느 때보다도 아쉬운 시간이다.
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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