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경기 등 다앙한 예시로 소개
네이트 실버 지음/이경식 옮김/더 퀘스트/2만8000원 |
2008년 9월15일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신청은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15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던 미국 4위의 글로벌 금융서비스업체가 한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촉발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검은 백조(Black Swan)’라는 표현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검은 백조의 등장처럼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대재앙이라는 것.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수장이던 데븐 샤르마는 2008년 10월 미 의회에서 “주택 소유자나 금융기관, 신용평가사, 감독 당국, 투자자들, 그 누구도 이런 일이 닥치리라고 예견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이 엄청난 대재앙이 정말로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일까.
‘신호와 소음’의 저자 네이트 실버는 샤르마의 이 같은 진술이 ‘거짓말’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신용평가사들이 엄청난 경제적 대재앙을 ‘예측’하는 데 실패했을 뿐 주택시장의 거품 등 재앙의 징후는 지속해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버에 의하면 신용평가사들은 기득권에 안주하는 가운데 눈에 보이는 정보에만 기반해 잘못된 예측을 남발했다. 그들은 당시 주택저당증권(MBS) 수천종에 AAA 등급을 매겼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재정을 확보한 정부나 최고의 기업 등 극히 소수의 경제주체에만 매기는 것이다. 그리고 신용평가사들이 남발한 ‘잘못된 예측’인 과도한 신용등급은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잘못된 예측이 이루어지는 것은 정보화시대에 쓸모없는 정보, 즉 ‘소음’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하루에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양의 정보가 생산된다. IBM의 추정에 의하면 전 세계가 하루에 생산하는 자료가 250경 바이트나 된다고 한다. 이렇게 엄청난 자료 중 분석과 예측에 유용한 정보인 ‘신호’는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소음’에 불과하다. 이 소음을 효과적으로 걸러내고 정보 중 진짜 ‘신호’를 찾아낼 때 제대로 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기 위해서 저자는 사고의 틀을 바꾸기를 제안한다. 이는 통계학의 ‘베이즈 정리’에 기반한 것. 베이즈 정리란 사전 확률을 도출한 뒤 새 정보가 나오면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을 골라 적용해 사후 확률을 개선해 나가는 방법이다.
책은 정확한 미래예측을 위한 만능의 방법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베이즈 주의에 기반해 예측을 위한 최선의 방식을 찾아나간다. 저자가 책 속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얻을 수 있는 정보나 대다수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도출해낸 공동의 결론 등을 이용해 신중하게 예측한 뒤 자신의 결론의 불완전성을 인정한 채로 천천히 작더라도 새로운 정보를 모으는 것. 이후 이 새로운 정보 중 진실을 내포하고 있는 ‘신호’를 골라내 지속적으로 예측을 업데이트해나가야 한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조금이나마 예측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한 분야에만 집중하면서 자잘한 정보는 무시하는 사람보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아우르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 실수를 인정하며 끊임없이 예측의 재조정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150년 전통의 세계적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를 파산으로 몰고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의외의 사건이 아니라 잘못된 예측에 의한 대재앙이었다. 파산신청일인 2008년 9월15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리먼 브러더스 빌딩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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