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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병영 잔혹사 언제까지 이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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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05 22:38:47 수정 : 2014-08-05 22: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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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군대보낸 부모심정은 참담
통제 대신 병사들에 책임·권한 줘야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또 일어났다. 지난 4월 발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선임병에 의한 사망 사건 진상은 충격 그 자체다.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수사기록 내용을 보면, 윤 일병은 올 3월 초 부대 배치를 받은 이후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결국 숨졌다. 선임병들은 윤 일병에게 군기를 잡는다며 물을 부어 고문하고, 치약 한 통을 통째로 먹이기도 했으며, 바닥의 가래침을 핥아 먹게도 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예비역 대령
자식을 군대에 보냈거나 앞으로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해당 지휘관, 넓게는 군 수뇌부와 모든 간부는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인면수심의 만행’이라 처벌의 수위와 범위도 더욱 높아져야 한다.

앞으로 전 부대에 걸쳐 병영생활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진단되고 시정 방안이 제시될 것이다. 정치권, 언론, 식자들 모두 경쟁적으로 다양한 처방을 건의할 것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것 같은 마음에 불안해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의 집중적인 노력에도 우리 군의 병영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 6월 21일 임모 병장의 총기 난사로 5명의 장병이 사망한 동일한 사단에서 며칠 전 이등병이 자살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군이 앞으로 취할 처방의 내용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고자 병사 간에 일체의 지시나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킬 것이다. 모든 간부를 동원해 병사의 행동을 감시 및 통제하도록 할 것이다. 오래전부터 사고가 날 때마다 이와 같은 통제책만 추가됐다.

이러한 처방으로는 아무리 국민들이 분개하고 여당 대표가 호통을 쳐도 사고를 근절시킬 수는 없다. 24시간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병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간부들이 통제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고참병 중심의 병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이제 반대로 한번 접근해보자. 통제하는 대신에 병사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줘보자. 한국의 병사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지적 수준이 높고 성실하다. 최근의 장병들은 대부분이 대학생들이다. 군대에 들어와 한글을 깨우치던 과거 군인과 같이 통제만 해서야 되겠는가. 똑똑한 우리의 병사들을 계속 어린애 취급할 것인가. 의무복무한다는 이유로 감시하고 훈계하기만 할 것인가.

미국의 군대와 비교해보자. 미군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지원병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 그들의 지적 수준이나 성실도는 우리의 병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미군이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각자에게 분명한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우리도 병사들을 믿고 존중해보자. 그들에게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고 스스로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를 고민하도록 해보자. 성과를 달성했을 때 보상하고 잘못됐을 때 불이익을 받도록 하자. 권한과 책임의 막중함을 인식하도록 해보자. 고참병사에게 분대장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더욱 확대해주자. 사수가 부사수를 더욱 확실하게 교육하도록 격려해보자.

이와 같이 병사들에게 권한을 위임할 때 병영에는 질서가 자리 잡고 분대장을 중심으로 단결하게 될 것이며 전우애가 넘쳐날 것이다. 병사들에 대한 권한위임은 병영문화 개선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군의 전투력을 급격하게 팽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것은 ‘전군의 간부화’를 보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간부들은 병사관리라는 짐에서 가벼워져 오로지 싸워 이길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훈련 및 준비를 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병사들을 진정 똑똑하게 만들려면 똑똑하게 대우해야 한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지 않는 한 선진병영문화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동시에 윤 일병 사건의 재발도 방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예비역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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